◎지나친 출혈 경쟁 인수 5년만에 순손실 40억불/조직 간소화·중대형컴퓨터 강화 적자 79% 줄여미전신전화사(AT&T)의 골칫거리였던 NCR가 부활하고 있다. NCR는 지난해 9월 AT&T의 3개사 스핀오프(기업분할) 방침에 따라 분할이 결정된 컴퓨터부문 자회사. 오는 12월 최종 주식분할만을 남겨둔채 실질적인 분할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다. 지난 5년간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며 AT&T의 「내놓은 자식」에 불과하던 NCR가 분할 1년만에 정상화의 길로 발돋움하고 있다.
1백20년전 금전등록기회사(National Cash Register)로 시작한 NCR는 지난 91년 AT&T로 넘어가기 직전까지만해도 중대형 컴퓨터 부문에서 미 크레이사와 쌍벽을 이루던 회사였다. NCR의 운명은 그러나 AT&T라는 새 주인을 만나면서 기울기 시작했다.
AT&T는 NCR를 인수(매입규모 75억8천만달러)한뒤 기업 이름을 「AT&T GIS」로 개칭하며 개인용컴퓨터(PC) 시장에 욕심을 냈다. 지난 91년 NCR를 인수할 당시 PC시장은 관련기업들에 「황금알」로 불렸다. 하지만 지나친 경쟁으로 수익성이 점차 하락해갔다. 인수 다음해 잠시 흑자를 냈던 NCR는 93년 15억달러에 가까운 적자를 내며 비틀거렸다. 지난해 적자규모가 25억달러에 달하자 AT&T로서도 지탱할 수 없는 한계에 들어서게 됐다. 91년 인수후 순손실 규모만도 40억달러가 넘었다. 93년 이후 28억달러를 쏟아가며, 정상화를 위해 공을 들였지만 PC시장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NCR가 변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어머니 회사」에게서 떨어져 나간지 1년도 채 안된 시점에서. NCR의 올 상반기 적자규모는 8천3백만달러. 3억9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해 동기에 비해 적자규모가 79% 가까이 줄었다. 전문가들은 AT&T라는 울타리가 없어진뒤 단시일내에 이같이 경영이 정상화되고 있는 첫 원인으로 조직이 간소화해진 점을 든다. 군살을 도려낸 것이다. 주인공은 라스 나이버그 최고경영자(CEO·45)였다. 네델란드 필립스에서 21년간을 몸담은후 지난해 6월 NCR로 자리는 옮긴 나이버그가 CEO자리에 앉고나서 처음 한 일은 「스트리밍(Streaming)」작업이었다. 한때 5만5천명에 이르렀던 NCR의 인력은 이제 3만9천여명까지 줄었다. 이와함께 NCR의 주력사업인 중대형컴퓨터에 대한 전력을 강화해 나갔다. 은행업무 처리를 위한 「뱅킹 터미널」사업은 물론 현재 전세계 시장의 24%를 점유하며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금자동지급기(ATM)분야 등에도 투자를 늘렸다. 올초부터는 초병렬처리(MPP) 사업의 일환으로 새 브랜드인 「월드마크」를 집중 홍보중이다.최근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새 운영체제인 윈도NT를 NCR의 컴퓨터시스템에 탑재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나이버그CEO는 이 사업들이 제대로 진행된다면 올해 5년여만에 손익분기점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NCR는 이제 오는 12월 31일이면 주식을 포함한 모든 분할 절차가 마무리된다. AT&T와는 유난이도 「궁합」이 맞지 않았던 NCR. AT&T GIS로부터 NCR라는 원이름으로 변한 이 회사가 다시 옛 영화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김영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