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000원 시대 거세지는 新환율전쟁] 기러기 아빠 모처럼 희색

■ 원화 강세에 희비 엇갈려
"한달 송금부담 5개월 전보다 40만원이나 줄었네요"
수출기업 채산성 걱정 철강·식품·항공업계는 이익개선 효과 기대

환율하락으로 수출기업들이 울상을 짓고 있지만 정작 아이를 외국에 보낸 기러기 아빠들의 얼굴에는 모처럼 화색이 돌고 있다.

경기상황이 좋지 않지만 해외유학이 늘면서 기러기 아빠들이 부담해야 할 돈의 규모도 빠르게 늘었다. 실제로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국제수지상 유학연수 지급은 5억7,330만달러로 2007년 8월(5억9,290만달러) 이후 가장 많았다. 유학연수 지급액이 커지면서 기러기 아빠에게 환율약세는 크나큰 악재다.

1만달러를 매달 송금할 경우 지난 2년간 환율의 최고치(1,270원)와 최저치(1,048원)를 비교해봐도 그 차이는 무려 200만원이 넘는다.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환율하락을 기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내와 자녀를 미국으로 유학 보낸 기러기 아빠 김유학(43ㆍ가명)씨는 매달 5,000달러씩 송금하고 있는데 원ㆍ달러 환율이 1,100원선 밑으로 떨어지면서 환전비용이 매달 40만원 가까이 줄어들기도 했다. 김씨는 "5월에는 환율이 1,184원(5월24일)까지 치솟으면서 5,000달러를 환전하는 데 592만원가량이 들었다. 그런데 요즘은 550만원 정도만 있으면 된다"면서 "5개월 새 매달 40만원 넘게 부담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2년 전에는 원ㆍ달러 환율이 1,270원대를 찍으면서 5,000달러 환전에 635만원이 필요했을 때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해외여행객들에게도 환율강세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하는 곳들은 아무래도 실적하락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환율이 떨어지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줄자 백화점 명품관의 매출도 주춤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에비뉴엘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의 수요가 줄면서 올해 전체 매출신장률은 5%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기업의 경우에도 명암이 교차하고 있다.

수출기업들은 환율하락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채산성도 좋지 않아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원ㆍ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삼성전자는 연간 영업이익이 3,000억원가량 줄고 현대ㆍ기아차는 2,0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반면 원자재 수입 기업이나 내수기업들은 수입가격 하락으로 덕을 본다. 철강ㆍ식품업계나 원화약세로 어려움을 겪었던 항공업계 등은 원화강세를 내심 반기면서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환율 50원 하락시 연간 225억원, 롯데칠성은 70억원, 롯데삼강의 경우 65억원의 이익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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