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 가격할인 경쟁

올들어 패스트푸드 할인경쟁이 다시 시작됐다.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매년 실시하는 가격할인 전략에 소비자들은 익숙해져 있다. 소비자들은 할인정보를 미리 알고 해당 업체에 가서 할인가격이라는 절약의 기쁨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이같이 `가격할인`이라는 승부수를 자주 띄우는 것은 패스트푸드가 어린이 비만의 주범으로 몰리고 반미감정까지 겹쳐 패스트푸드가 궁지에 몰린 데 대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실제 롯데리아, KFC 등 5대 패스트푸드 업체들의 지난해 시장규모는 1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각 업체가 지속적으로 매장을 늘려왔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초 예상했던 1조2,000억원에 크게 모자라는 수준이다. 연 매출규모가 1조원이라면 4인가족 기준으로 한명 정도가 하루에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를 한 개 이상씩 먹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만큼 패스트푸드는 우리들에게 친근하다. 따라서 업체끼리 가격할인 경쟁만 일삼는 것은 `제살깍기`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패스트푸드 업계의 가격할인 전략이 승부수가 아니라 자충수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꽁꽁 얼어붙은 내수경기에 우리들에게 다시 친근한 패스트푸드가 되려면 소아비만 등을 유도한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제품 겉 포장지에 재료성분을 비롯 칼로리가 얼마이며, 원산지는 어디인지 꼭 표기해야 한다. 식품표기법을 보면 제품 주원료 5가지 이상은 꼭 기재하도록 돼있다. 이렇게 되면 열량이 모자라는 소비자들은 열량이 많은 제품을 찾는 등 재료성분에 따라 알아서 골라먹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모 업체는 홈페이지에 성분표기 등이 돼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자사 홍보만 눈에 띄고 진작 성분표시 등은 찾기 힘들어 보완이 요구된다. 홈페이지에 성분표기 등이 기재돼 있는 업체는 그나마 좀 나은 편이다. 홈페이지에도 성분표기를 안 하는 업체도 있기 때문이다. 겉 포장지에 성분표기 등이 상세히 기재, 건강식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은 물론 일부 업체들은 건강 컨셉에 따른 메뉴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좋은 일이다. 이렇게 되면 패스트푸드는 식사시간이 모자라는 직장인ㆍ학생들에게 시간을 절약시켜주는 것은 물론 건강까지도 챙겨주는 정다운 우리 친구가 될 것이다. 패스트푸드가 다른 식품처럼 재료성분 표기에 충실하고 건강식을 가미하면 그야말로 `고객만족`의 표본이 될 것이 확실하다. 결국 가격할인만이 능사가 아니라면 다양한 제품개발과 세심한 서비스만이 슬로우푸드의 추격을 막고 패스트 업계에 엄습해오는 수난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할인행사 대신에 품격 있는 고객 서비스에 전념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양정록(생활산업부 차장) jr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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