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자재 제조업체인 누리켐이 불모지나 다름없는 필리핀에서 70여개 바이어를 확보하며 수출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누리켐은 지난해 240만달러 이상의 실란트 등 건축자재 수출을 한 데 이어 올해는 약 400만달러의 수출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조만간 현지 메이저 납품업체와 OEM 계약도 맺을 예정이어서 수출 확대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박영진 누리켐 대표는 "현지 유력업체들이 임가공 작업을 직접 맡길 정도로 누리켐을 신뢰하게 됐다"며 "건설경기 부진 탓에 국내 매출은 정체였지만 해외에서의 매출 증가로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또 "현재 진출해 있는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은 물론이고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누리켐이 필리핀 시장 개척에 성공한 것은 철저한 품질관리로 현지 바이어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동시에 현지 사정에 밝은 민간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한 덕이다. 지난 2009년 누리켐은 해외 경쟁사 제품이 국내 시장으로 빠르게 진입하자 수성 전략에만 머무를 게 아니라 역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자는 판단을 한다. 당시는 가뜩이나 국내 건설경기까지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침체되던 상황이었다.
본격적인 첫 진출국가로 결정한 것은 필리핀. 그동안 건축자재 시장은 한국기업에게 불모지나 다름없었지만 인구 1억명에 수십 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은 분명 매력적인 신흥시장이었다.
처음부터 예상처럼 순조롭게 흘러가지는 않았다. 주요 수출품인 실란트는 제품 특성상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누리켐은 현지진출 초기 이를 고려하지 못하고 기존에 한국에서 제작된 제품을 그대로 납품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결국 문제가 터졌다. 고온다습한 기후 탓에 현장에 투입된 제품에서 문제가 발생했던 것. 누리켐은 납품계약은 맺었지만 아직 사용하지 않은 제품까지 모두 회수하는 과감한 리콜조치를 취했다. 위기는 기회가 됐다. 이를 계기로 현지 바이어들은 누리켐을 더욱 신뢰하게 된 것.
이처럼 누리켐은 진입 초기 신뢰감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심고자 부단히 애썼다. 아울러 샘플 제공과 대형 건자재 박람회 참가 등 부지런히 문을 두드리자 조금씩 제품 구매 문의가 들어왔다.
이런 가운데 누리켐은 중국과 선진국이 양분해 장악한 현지 시장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현지 사정에 정통한 민간네트워크인 삼도필리핀스와 손을 잡았다. 양사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해외민간네트워크 사업에서 처음 만났다. 필리핀에서만 38년의 경력을 갖춘 전문업체였던 삼도필리핀스는 전자부품을 주로 다뤘지만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누리켐에게 다양한 벤더를 끊임없이 발굴, 소개해줬다.
현재 누리켐은 삼도필리핀스와의 협력 아래 어느덧 현지 시공업자, 건설사 유통업자 등 70여개 구매선에 재품을 공급하고 있다. 전상구 삼도필리핀스 부장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밀접해 낮은 가격에 익숙하지만 동시에 미국 식민지의 역사적 경험 탓에 품질도 깐깐히 보는 게 일반적인 필리핀 바이어의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92년 구산무역으로 출발한 누리켐은 실란트, 폼세척제, 방청제, 접착제, 코킹건, 폼건 등을 생산, 세계 1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충남 아산에 생산공장을 가동 중이며, 중국에 제조기지인 치누리정제화공유화공회사에서 각종 실란트 제품을 중국과 유럽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이노비즈 인증기업으로 지난 2010년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중견기업 키우기' 대상기업이기도 하다. /박진용 기자 yong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