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디플레이션 우려 고조

2월 생산자물가지수 1.8% 하락
3월 CPI도 사상 첫 하락세 전망

유럽연합(EU)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의 올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하락세를 기록함에 따라 역내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6일 EU 통계청에 따르면 유로존의 2월 PPI는 지난해 2월에 비해 1.8% 하락하며 지난 1999년 4월 이래 10여년 만에 최악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는 블룸버그 전문가 21인이 예상했던 전망치(-1.5%)도 뛰어넘는 하락세로 두 달 연속 전년 대비 감소세를 유지했다. 전월 대비 기준으로 PPI는 0.5%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16일 발표 예정인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동기 대비 0.6% 줄어들며 지수 집계 이후 사상 최초로 하락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전문가들은 이달 PPI 및 CPI 역시 유로존 출범 이후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어 물가하락 국면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수요 감소세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이날 함께 발표된 2월 소매판매는 지난해 2월보다 4% 감소하며 9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블룸버그 전문가들의 예상한 감소세는 -2.5%로 발표치와 무려 1.5%포인트가량 차이가 났다. 이는 1996년 1월 지수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악의 성적이기도 했다. 루이지 스페란자 런던 소재 BNP파리바의 이코노미스트는 “(물가하락은) 비단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다른 여러 부문에서도 둔화의 증거가 나타나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조업 주문 등의 여전한 둔화 압력 등으로 미루어볼 때 향후 몇 달 동안 물가지수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유가가 지난해 7월 이후 60% 가까이 추락하며 유로존의 인플레이션 우려는 낮아졌지만 유로존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4.1%로 전망되는 등 심각한 경기위축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른 실업률 증대와 소비위축 등이 부상하며 수요는 급감하고 물가는 둔화되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그만큼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도 “지수가 ECB의 물가안정 목표치인 2%를 크게 밑돌고 있어 수요 급감 속 물가하락을 의미하는 디플레이션 위험도를 강조하고 있다”고 평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