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5월 18일] 녹색委의 해프닝

가랑비가 내리던 지난 15일 오후. LS산전 청주공장에서는 공장을 방문한 녹색성장위원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차세대 전력 정보기술(IT)인 ‘스마트 그리드’에 대한 설명회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지난 2월 출범한 대통령 직속 녹색위원회 기후변화에너지 분과가 차세대 그린 기술에 대한 실무 파악을 위해 처음으로 현장학습에 나선 자리였던 만큼 LS산전에서는 주요 임원들과 엔지니어들까지 총출동했다. 그런데 행사시작 20여분이 지나 설명회를 듣던 위원회 관계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위원회의 공장 방문에 맞춰 회사 측이 대거 초청한 기자들이 문제가 된 것이다. 위원회 측은 돌연 기자회견을 요청하더니 “위원회의 LS산전 방문이 기사화될 경우 특정 회사에 대한 특혜논란이 일 수 있다”며 설명회를 중단하고 서울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당연히 불만이 터져나왔다. 일부 기자들은 “위원회의 논리대로라면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직후 재계 및 산업계를 통틀어 가장 먼저 방문했던 모 중소기업도 특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위원회의 입장에 반론을 제기했다. 결국 위원회는 자신들의 미숙한 처신을 사과하며 현장학습을 위한 설명회는 계속 진행하는 대신 보도는 자제해줄 것을 요구, 이번 사태는 ‘해프닝’으로 마무리가 됐다. 하지만 사전에 방문 기업 측과 행사진행 성격 등에 대한 아무런 조율 없이 “위원회의 현장 실사를 업체가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모든 책임을 업체에게 떠넘기려 한 위원회의 모습은 씁쓸한 여운으로 남게 됐다. 물론 위원회의 지적대로 기업 입장에서는 녹색위가 회사 공장을 방문한다는 사실을 대내외적으로 홍보하고 싶었던 마음이 다소나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당 기간 일선 업무에서 손을 놓고 위원회 방문을 준비해왔던 회사 관계자들은 이번 일로 적잖은 상처를 받은 것이 사실이다. 녹색위는 이명박 정권이 출범 당시부터 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한 그린 비즈니스 정책의 청사진을 그려나가는 중책을 맡는 조직이다. 그만큼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는 모든 시선이 쏠려 있다. 이는 곧 위원회의 행동 하나하나에 많은 책임이 따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녹색위는 앞으로 10개월 동안 분과별로 그린 비즈니스와 관련된 기업들의 현장 실사를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 진행될 실사에서는 일선 기업들을 배려해 조금 더 신중하게 처신하는 녹색위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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