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공사·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수사기관의 단속이 비교적 덜한 농촌 지역에서 수년간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사업 수주 관련 혜택을 주는 등 뇌물 잔치를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뇌물을 받은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만 26명에 이른다.
대전지검 홍성지청(허상구 지청장)은 농어촌공사 A지사에서 발주한 제진기 설치 공사 수주 업체 선정에 특혜를 주는 대가로 1억4,700만원을 받은 박모(57) 전 지사장 등 47명을 기소(구속 42명, 불구속 5명)했다고 11일 밝혔다. 달아난 뇌물 수수자 한 명은 기소중지하고 추적하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농어촌공사 직원들은 특정 납품업체에 단독입찰 형식으로 수의계약을 맺어주는 대가로 공사금액의 5~15%를 관행적으로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적인 입찰 방식인 경쟁입찰 계약은 대개 공사예정금액의 87~88%로 발주가 이뤄지는데 이들이 맺은 수의계약은 98~99%의 높은 금액으로 발주됐다. 발주금액 상승분은 공공기관 예산이므로 결국 국민의 세금이 납품업체와 발주처 담당자 주머니로 들어간 셈이다.
뇌물을 받은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은 농어촌공사 지사장·부장·차장, 한국토지주택공사 부장, 지자체 구청 과장 등 26명에 달했다. 납품업체와 공무원 사이를 이어준 전직 공무원 등 브로커도 18명이나 됐다. 한 농어촌공사 전 지사장은 퇴직 후 납품업체의 본부장으로 영입돼 공사 수주를 알선한 대가로 7억9,000만원의 거액을 챙기기도 했다. 뇌물을 건넨 업체는 모두 네 곳이었다.
납품비리가 일어난 곳은 충남 논산·보령·공주, 전북 군산·익산·동진, 경북 달성·의성, 전남 고흥 등 전국에 걸쳐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한국농어촌공사 산하 93개 지사는 대부분 농촌 지역에 있어 그동안 수사의 사각지대에 있었는데 수사 결과 뇌물 수수 관행이 깊게 뿌리내리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45억원의 범죄수익을 환수하는 데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