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지상이 아닌 지하갱도에서 이뤄졌다. 위성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갱도 입구에 대형 가림막을 설치하는 등 핵실험 날짜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만전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만탑산에 파놓은 수평갱도에서 핵실험을 마쳤다. 만탑산은 해발 2,205m의 높이로 1,000m가 넘는 학무산ㆍ연두봉 등이 근처에 자리해 핵실험에 최적화된 장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은 만탑산에 동쪽ㆍ서쪽ㆍ남쪽 세 방향의 핵실험장을 설치해놓았으며 동쪽은 폐쇄됐기 때문에 서쪽과 남쪽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해당 장소는 충격흡수 및 방사성 물질 차단용 9중 차단문과 3중의 핵폭풍 차단벽을 설치한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화강암으로 둘러싸여 있어 방사성 물질 유출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핵실험에 사용된 갱도는 달팽이관처럼 꼬여 있으며 지그재그 모양을 하고 있어 혹시나 모를 함몰을 방지했다. 통로 9곳에는 강한 충격을 견딜 수 있는 차단문이 설치돼 있으며 핵실험 장소와 가장 가까운 1번 차단문의 경우 3중의 고강도 강철문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갱도 길이는 수백m이며 지름은 2~3m 정도로 핵폭풍 및 잔해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최적화됐다.
다만 이번 핵실험에 사용된 원료가 고농축우라늄인지 플루토늄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고농축우라늄은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정제한 것으로 소형화된 핵무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장차 한반도 평화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 2006년과 2009년에 각각 한차례씩 진행한 핵실험으로 남은 플루토늄 양이 4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고농축우라늄을 통한 핵실험 가능성 여부를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조선중앙통신은 "이전과 달리 폭발력이 크면서도 소형화ㆍ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해 높은 수준에서 안전하고 완벽하게 진행됐다"고 밝히며 고농축우라늄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실험 이후 새어나오는 가스를 포집해야 고농축우라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며 "공중에서 포집해야 하는데 포집이 될 수 있을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