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세상] 조선왕가의 비극적 역사·사연 담아

■ 비운의 조선 프린스(이준호 지음, 역사의아침 펴냄)
■ 조선의 숨겨진 왕가 이야기(이순자 지음, 평단문화사 펴냄)


조선왕조의 마지막 왕세자 이구의 기구했던 스토리는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이구는 구한말 고종의 셋째 아들 영친왕이 일본에 볼모로 잡혀간 뒤 일본의 왕족 이방자 여사와 정략 결혼해서 낳은 조선왕조의 마지막 왕세자로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아픔을 간직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아버지 영친왕도 광복 후 고국으로 다시 쫓겨와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지만 아들 이구의 생애 역시 기구했다. 미국 MIT 건축학도였던 이구는 8년 연상의 미국 여인과 결혼까지 했으나 82년 강제이혼을 당한 뒤 살고 있던 창덕궁 낙선재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그 후 일본에 건너가 2005년 75세의 나이에 자신이 태어난 왕궁자리였던 일본의 아카사카 프린스 호텔에서 비극적인 삶을 마감했던 주인공이다.

조선왕가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은 책 2권이 출간됐다. '비운의 조선 프린스'는 국왕에 이어 조선 왕조 제2의 권력자였지만 끊임없는 견제와 압박을 받았던 조선 왕자들의 사연을 소개한다. 조선 왕조는 적장자(정실이 낳은 맏아들) 계승을 왕권승계의 제1원칙으로 삼았다. 하지만 실제로 500년 조선 역사에서 왕위를 계승한 27명의 임금 가운데 적장자로 임금이 된 이는 문종, 단종, 연산군, 인종, 현종, 숙종, 순종 등 7명뿐. 이 책은 아버지(정종)에게 버림받은 불노, 주변의 과도한 기대와 감시에 무너진 양녕대군, 성종과 운명이 뒤바뀐 월산대군과 제안대군, 청나라에 포로로 잡혀가 모진 수모를 다 겪었지만 아버지의 견제로 죽음을 맞은 소현세자 등 비극적 삶을 살다간 왕자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1만3,000원.

'조선의 숨겨진 왕가 이야기'는 서울에 아직 실존하거나 과거에 존재했던 '궁궐'(宮闕)이라는 문화재를 통해 살펴보는 왕가의 역사와 사연들이다. 저자가 직접 서울 시내에 있던 왕가(王家)를 직접 답사하고 수많은 자료를 분석해 궁궐과 왕가는 어떻게 다른지, 조선 시대 왕가가 있던 자리는 지금 어떻게 변했으며 그 많던 궁은 왜 사라졌는지 등을 설명한다.

조선시대 많았던 궁궐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세조의 잠저였던 영희전에는 서울중부경찰서, 인조와 효종의 잠저인 어의궁에는 롯데시네마 피카디리극장, 사도세자의 사당이었던 경모궁에는 서울대학의학박물관이 들어섰다. 또 세종의 여덟째 아들 영응대군의 왕가이자 세종대왕이 눈을 감은 동별궁에는 풍문여자고등학교가 들어서 있고, 세종의 다섯째 아들 광평대군파의 종가는 고급 한정식집 필경재로 변했으며 덕흥대원군의 궁가이자 선조의 잠저인 도정궁의 사랑채 경원당은 현재 건국대학교 내에 소재하고 있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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