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금융위기] 증권사發 유동성 부족이 도화선

은행 자금 제공 꺼리자 증권사 채권 내던져
지나친 금리인하 기대에 반작용 심리도 원인
"자금 모자라지는 않다… 돈맥경화까진 안갈것"



[미국發 금융위기] 증권사發 유동성 부족이 도화선 은행 자금 제공 꺼리자 증권사 채권 잇단 매도스와프시장 혼란따라 외국인 손절매도 부추겨"자금 모자라지는 않다… 돈맥경화까진 안갈것" 이상훈 기자 flat@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2','default','260'); 미국발 금융위기가 채권시장마저 집어삼켰다. 리먼브러더스 상품 거래 손실로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는 증권사가 금리폭등의 도화선이 된 것. 가뜩이나 외화유동성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원화난까지 겹쳐 금융시장의 불안심리는 더욱 가중되는 형국이다. 특히 외화유동성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18일 달러 콜시장 금리는 오전 한때 9.5~10%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이 금리는 2%대였다. ◇증권사발 채권시장 '대지진'=그동안 월가 쇼크의 무풍지대로 남아 있던 채권시장이 패닉 상황을 연출했다. ▦리먼 관련 증권사의 유동성 우려 ▦금리인하 기대감에 따른 반작용 ▦과도한 금리 스프레드 등 크게 세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무엇보다 증권사의 유동성 부족이 금리폭등을 촉발시켰다. 리먼의 파산으로 리먼과 주식ㆍ채권 거래에 나섰던 증권사들은 당장 유동성이 부족해진 상태. 자칫 이들 증권사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의구심에 투신권과 은행권이 증권사에 단기자금인 콜자금 제공을 꺼렸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서 당장 인출할 자금이 필요한 증권사들은 할 수 없이 상품계정에서 보유채권을 시장에 내던졌다. 이 때문에 금리는 급등했고 최근 국채선물에서 순매수 기조를 이어오던 외국인마저 순매도로 돌아섰다. 금리 급등으로 평가손이 발생하자 장 초반 3,000계약 순매수에서 9,000계약 순매도로 전환한 것. 장중 무려 1만2,000계약을 내던진 것이다. 그동안 금리인하 기대감이 과했던 점도 금리폭등을 야기했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부진이 심화된데다 최근 중국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로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금리인하 베팅이 과했다"며 "이에 대한 반작용의 심리가 금리폭등을 견인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16일 기준 국고채 3년물(5.49%)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격차가 무려 0.3%로 스프레드가 지나치게 확대된 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외화난에 원화난까지…엎친 데 덮쳤다=이날 채권시장이 폭등세를 뒷받침했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외화자금시장인 스와프시장의 대혼란이었다. 외화유동성 부족에 대한 우려감이 원화유동성 난과 겹쳐지면서 자금시장이 더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실제 스와프시장의 혼란이 외국인 손절매를 부추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1년물 통화스와프(CRS) 금리가 전일 대비 67bp 폭락하면서 외국인 차익거래 유인인 본드(채권)-스와프(CRS) 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11월 수준으로 벌어졌다. 즉 장부가 평가손이 발생하자 이와 연계된 외국인의 국채선물 손절매 물량이 더욱 쏟아지며 현물채권 금리폭등세로 이어졌다. 손절매가 손절매를 부른 것이다. 스와프시장 패닉은 국제신용위기 악화에 따른 달러조달 우려가 커진데다 특히 리먼과 연계된 거래가 많았던 점이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리먼은 스와프시장에서 은행들과 카운터파트너 역할을 주로 했는데 리먼 파산으로 이 계약이 무산된 것. 결국 기존 거래를 정리하고 새로운 거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CRS금리가 폭락하면서 변동성이 커지게 된 것이다. 골드만삭스도 "올 하반기 중 만기가 돌아오는 외화자금 규모는 18조4,000억원 상당으로 월가 쇼크로 은행권의 외화조달 여건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시장의 우려를 뒷받침했다. 양진모 SK증권 연구원은 "스와프시장의 패닉상황은 지난해 11월 2주 정도, 올 3월에는 1주 정도 진행됐지만 이번에는 해외충격이 심해서 자금시장이 진정되기까지는 좀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자금경색 아직까지는 비관적 상황은 아냐=시장참가자들은 증권사들의 콜차입이 힘겨워지고 있지만 아직 돈줄이 막히는 '돈맥경화'로까지 번지지는 않고 있다고 전한다. 은행의 경우 이상 징후는 포착되지 않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 부행장은 "리먼의 부도로 미국 금융회사 간 자금거래가 막히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외환위기 때 금융회사 간 자금거래가 막혔다"며 "시장이 불안해지면 일단 돈을 보유하자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금융회사 간 콜거래가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금사정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모자라지도 않다"며 "유동성에는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는 아직 펀드 환매가 많지 않아 유동성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주가가 폭락했지만 장기투자인 적립식 펀드가 많아 당장 자금인출 관련 문의는 별로 없다"면서 "자금사정에 아직까지는 여유가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증권사의 자금압박은 상당부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금중개회사의 한 관계자는 "단기자금을 공급하는 투신사들이 금리 손해를 감수하고 증권사보다 은행에 돈을 빌려주면서 증권사들이 단기자금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의 콜 차입이 어려운 것은 '금리'가 아니라 '심리'가 문제"라며 "당분간 증권사들은 자산운용사와 은행으로부터 돈 빌리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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