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10위권의 수출 대국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성장위주의 사회분위기에서 벗어나 양보다는 질을, 또 질보다는 격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도 생겨났다. 지난 몇년 사이 주5일근무제가 자리 잡고 이제 주말은 여가와 레저를 위해 투자하는 국민이 상당수에 이르렀다. 최근 들어 갑자기 몰아 닥친 경제위기 때문에 많이 움츠려들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흐름이 역류하는 상황까지는 아닌 것이다.
이와 더불어 문화예술 분야도 발전을 이룰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영화산업을 제외한 예술행사의 관람률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예술행사 관람률 하향곡선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통계를 보면 IMF 이후 10년 동안에 음악ㆍ무용ㆍ연극 분야에서 적게는 60%, 많게는 75%까지 관람률이 감소했다. 이 기간동안 영화만 유일하게 10% 정도 관람률이 올랐다. 경제가 어려운데 언제 문화생활을 할 여유까지 챙기겠느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세상에서 돈만 알고 문화적으로는 천박한 교양으로 지구촌의 인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나갈 수는 없다.
그러기 때문에 어려울 때일수록 오히려 순수예술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정부는 특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어렵게 키워온 순수예술이 고사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기업은 타산이 맞고 인기 있는 일부 예술행사에만 국한적으로 지원하는 차원에서 벗어나야 한다.
문화 후원의 모습에 가려진 장삿속을 드러내는 것보다 일평생 감동으로 남을 순수예술에 대한 지원을 하는 게 소비자들의 더 큰 사랑을 더 오래 받을 수 있는 길이다. 오늘날 기업이 종업원과 그 가족은 물론 지역공동체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외면해서는 결국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유럽을 비롯, 전세계에서 인정할 만한 실력을 쌓은 성악가들이 많이 있다.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수상을 하고,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나 이탈리아의 라 스칼라 오페라 극장, 유럽의 주요 극장에서 정상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경제난이 심하다고 해서 이토록 엄청난 문화적 자산을 한번의 홍수에 전 재산이 쓸려가 버리듯이 잃어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반드시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예술을 살찌우는 길을 찾을 수는 있다. 특히 돈보다 음악과 명예를 중요시하는 음악가들을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우고 박수를 보내기 위한 다양한 연구와 시도도 함께 추진돼야 할 것이다.
필자는 지난해 12월 서울경제신문사와 김자경 오페라단이 공동으로 주관한 제1회 대한민국오페라대상 시상식에서 여자 신인상을 받은 메조소프라노 최승현씨와 함께 김자경 오페라단 추천으로 남자 신인상을 수상했다. 우리나라에 오페라가 탄생한 지 60년이 된 것을 기념해서 마련된 자리였다.
안형일ㆍ박성원 선생님 등 우리나라 성악계를 대표하는 분들과 우리나라 오페라계를 대표하는 단장님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그런 큰 상을 받는 것은 성악가에게는 평생 음악의 길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힘이 된다.
경제 어려워도 문화 자산 키워야
개인적으로도 큰 영광이지만 참으로 어려운 길을 가고 있는 우리나라 오페라에 한줄기 밝은 빛을 보태준 것 같아서 너무나 고맙고 기쁜 행사였다.
경제가 어려운 때에 굳이 큰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이런 격려 하나로 필자와 함께 수상한 사람들은 물론 많은 성악가들이 큰 용기와 힘을 얻었을 것으로 믿는다.
모두가 어렵다고 하는 지금 문화계가 겪는 어려움은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이런 때에 풍부한 후원을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 이상의 후퇴를 막을 수 있는 관심과 후원에 덧붙여서 격려와 박수를 서로 주고받는 정도의 욕심이라면 가져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