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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 회장이 올해 신경영 선언 20주년을 맞아 '제2의 신경영'을 통한 위기 돌파를 주문했다. 현재의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글로벌 경쟁업체들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서는 신경영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경영 혁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28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변화의 심장이 뛴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열린 '신경영 20주년 기념 만찬'에 참석해 새로운 신경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행사에는 이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삼성그룹 사장단과 부사장단, 협력사 대표 등 35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신경영 20년의 성과와 의미를 조망하고 주요 경영진의 신경영 회고, 성과와 다짐, 이 회장의 신경영 20주년 영상메시지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 회장은 지난 1993년 6월 삼성 임원들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소집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며 신경영을 선언한 바 있다.
낡은 의식과 제도,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관행을 과감히 떨쳐 버리고 양 위주의 생각과 행동을 질 중심으로 바꾸자는 신경영 선언 이후 삼성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1993년 29조원에 불과하던 삼성의 매출은 지난해 380조원으로 13배 성장했으며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8,000억원에서 39조1,000억원으로 49배나 뛰었다. 직원수도 14만명에서 42만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현재 안팎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우선 그룹 내 삼성전자 독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3ㆍ4분기 매출 59조원, 영업이익 10조원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갔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한 전자 계열사와 건설ㆍ화학ㆍ조선 등 비전자 계열사들은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또 호실적을 이어가는 삼성전자도 휴대폰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게다가 삼성이 미래 먹거리로 육성 중인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ㆍ제약, 의료기기 등 신수종 사업 가운데 바이오ㆍ제약 사업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룹 외적으로도 정치권의 과도한 '경제민주화' 요구 속에 기업경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에 삼성 안팎에서는 20년 전 신경영 선언에 맞먹는 과감한 도전과 혁신 방안이 다시 한번 요구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회장도 6월 임직원에게 보낸 신경영 20주년 메시지를 통해 "앞으로 우리는 1등의 위기, 자만의 위기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며 신경영은 더 높은 목표와 이상을 위해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회장은 또 "지난 20년간 양에서 질로 대전환을 이뤘듯이 이제부터는 질을 넘어 제품과 서비스, 사업의 품격과 가치를 높여나가야 한다"고 향후 경영 방향도 제시했다.
한편 이날 행사장 로비에는 각 계열사의 사업 특성에 맞춰 신경영을 상징하는 조형물들이 전시돼 참석자들이 신경영 철학과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