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대사관 이전하나

건물 초라하고 협소해 장소 물색설 나돌아
외교부 필요성은 인정 공식적으로는 부인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주미 한국대사관 전경. /서울경제 DB

미국 워싱턴의 주미 한국대사관이 확장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관계의 위상과 우리나라의 국격에 비해 대사관 건물이 협소하다는 지적에다 영사관과 문화원이 나눠 운영돼 업무 효율도 떨어진다는 내부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14일 "주미 대사관이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옮겨갈 만한 곳을 계속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대사관 내부 논의 과정에서 증축도 고려됐지만 비용 면이나 증축 과정 등을 봤을 때 이전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도 더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미 대사관의 이전은 예전부터 필요성이 제기된 숙원사업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DC 매사추세스 에비뉴에 위치한 현재 주미 대사관은 지난 1986년 1월부터 워싱턴 중심인 글렌브르크가에 자리잡았던 지하1층, 지상2층 건물에서 1992년 11월 이전한 것이다. 1990년 5월 주미 캐나다대사관의 무관부 건물을 매입해 신축해 사용하고 있다. 지상5층, 지하1층 건물이지만 공간이 협소해 업무에 불편을 겪어왔다. 또한 대사관과 주미 한국문화원, 워싱턴총영사관이 3곳에 나뉘어 위치하고 있어 총영사관에서 대사관 본청으로 이동할 때 불편이 있는 등 업무 효율에도 지장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 측은 이전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공식적으로는 이전계획을 부인했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대사관 내부에서 이전 장소를 물색하는 것일 수는 있지만 정식으로 건의가 들어온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 내부에서는 대사관 건물을 이전한다고 했을 때 '일은 않고 시설만 탓한다'는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내부의 숙원사업인 것은 맞다"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한덕수 전 대사가 재임할 당시 현 위치에 재건축해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비용이 사실상 새 건물을 사는 것만큼 많이 드는데다 건물을 짓는 동안 임시 대사관도 확보해야 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고도제한까지 5층에서 오히려 3층으로 층수도 낮아질 수 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강화된 한미동맹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핵안보정상회의 등 주요 국제회의 의장국의 주미 대사관으로서 외형적인 모습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발비나 황 조지타운대 교수는 "국제 외교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며 "(주미 대사관 확장이전이) 현 정부의 업적 중 하나로 평가 받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중국은 2008년 워싱턴 내 2만3,000㎡ 부지에 공사비 2억5,000만달러를 들여 주미 중국대사관을 미국 내 외국 대사관 중 가장 큰 규모로 신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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