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신화, 바이킹의 신앙이자 사유의 뿌리"

고인돌 강좌 '반지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서'
도봉도서관서 오는 12월 8일까지 5차례 열려


“북쪽(추위)과 남쪽(더위)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던 태초, 북쪽과 남쪽이 만나는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아가리에 추위와 더위가 만나 맺힌 물방울이 얼어붙어 생긴 얼음단에서 거인이 나왔어요. 거인은 그 옆에 있던 암소의 젖을 먹고 살았고, 거인의 겨드랑이에서 나온 땀이 다시 거인이 되고 암소가 핥아 먹었던 소금돌에서 사람이 생가게 됩니다.”

20일 서울시교육청 도봉도서관에서 열린 고전 인문 아카데미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강좌 ‘반지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서-북유럽 신화와 문화’를 맡은 번역가이자 작가인 안인희(사진)박사가 북유럽신화의 천지창조설로 강의를 풀어나갔다.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롯데그룹이 후원하는 ‘고인돌’ 2기는 철학·문학·역사 등 인문학의 본령을 아우르면서 미술·영화·경제학 등으로 외연을 확대해 나가는 융복합적인 인문학 강좌로 구성, 21개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곳곳에서 잇따라 열리고 있다.

그리스로마신화는 그리스 이탈리아 등 남유럽 문화를 지배했다면 북유럽신화는 주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등 바이킹족의 후손들의 천지창조신화이자 종교라는 게 안 박사의 설명이다.

“신화는 인류라는 고급 문명집단이 믿었던 종교이자 정신적 원형(arcetype)입니다. 바이킹 문양은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북유럽 특유의 디자인으로, 마법과 주술을 맡았던 문자는 오늘날 반지의 제왕, 어벤저스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재현되고 있지요. 르네상스에서 출발한 이탈리아 디자인은 약 500년의 역사라면 이케아, 볼보, H&M 등을 탄생시킨 북유럽의 디자인 역사는 바이킹시대였던 1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안 박사는 그리스로마신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고 아직은 생경한 북유럽신화의 맥을 짚어나갔다. “그리스로마의 신들은 불멸의 존재이지만 북유럽 신들은 유한한 존재이며 인간적인 면모를 발휘하기도 합니다. 신의 우두머리였던 오딘(Odin)은 자신의 눈과 지혜의 샘을 바꿔 외눈박이의 모습을 하고 있어요. 특히 북유럽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은 대부분 인간세계를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어벤저스 등 영화나 게임 캐릭터로 자주 등장하는 토르인데, 망치로 내려쳐 천둥을 일으키고 비를 불러오는 이른바 어업과 날씨를 관장하는 농업의 신입니다.”

저녁 7시부터 시작한 이날 강의에는 100여명의 수강생들이 도봉도서관 시청각실을 빼곡이 채우고 앉아 중간 휴식시간도 마다하면서 북유럽신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했다. 10대 청소년부터 70대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찾은 이날 강의에서 고인돌 강좌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안 박사는 “청소년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신화에 관심을 보이는 게 바람직하다”며 “자칫 잘못 해석되어 등장하는 콘텐츠 속의 캐릭터로 신화를 그냥 우스개 이야기 정도로 치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강좌를 통해서 북유럽신화에 대한 기본적인 맥락과 원류는 책을 읽으면서 자신만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등장하는 신들의 이름이 생경한 탓에 처음에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지만, 신화는 문명을 일궈낸 인간이 믿었던 고급 종교라는 것을 이해하고 아울러 서양문화에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를 알게 된다면 인문학적인 식견이 넓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강의는 신화를 통해 북유럽의 천지창조와 서양의 인문학에 등장하는 상징(icon)이 어떻게 탄생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풀어나가면서 2시간 동안 이어졌다. 강좌는 오는 12월18일까지 다섯차례에 걸쳐 북유럽의 신화와 문화를 주제로 강의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한편 서양미술사, 문학과 철학, 영화와 고전, 북유럽신화와 문학, 경제사, 애니메이션 등 풍성한 강좌가 마련됐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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