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차별(?)받는 엘리트 어르신들 모십니다.”
인구 고령화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서초구가 사회지도층 출신 고령자를 위한 실버인재센터를 개설, 회원모집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신설된 실버인재센터는 사회 일선에서 물러난 고급인력을 재훈련, 재취업시킨다는 긍적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일부에게만 한정된 복지정책이라는 점에서 자칫 계층간ㆍ자치구간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낳고 있다.
1일 서초구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문을 연 서초실버인재센타는 ‘노인 일자리 알선’이라는 점에서 기존 노인구직단체와 별다른 면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곳의 문은 ‘아무에게나’ 열려 있지 않다.
회원 가입자격을 관내 거주 60세 이상 노인 중 전직 장ㆍ차관 및 국장급 이상 관료, 군 장성급, 대기업ㆍ언론사 간부, 중소기업 대표, 학교장, 교수 등 소위 ‘파워 엘리트’라 불리는 사회지도층 출신 저명 인사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자 동네는 역시 다르다’는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구가 직접 나서 ‘일정 자격을 갖춘’ 노인들을 챙기게 된 이유는 서초구 관내에 유독 엘리트 계층 출신 고령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
지난해 김창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내놓은 ‘서울시 파워 엘리트의 거주분포 특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서초구는 강남ㆍ송파구 등과 함께 법조ㆍ의료ㆍ기업ㆍ금융ㆍ언론계 등의 고위층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 분류됐다.
또 서초구는 ‘서울시 2003 가구조사’ 결과 65세 이상 노인 중 월평균 100만원 이상 소득자의 비율이 33.6%(서울 평균 13.1%)로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구의 한 관계자는 “엘리트 출신 노인들은 일반 노인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사회활동이나 재취업 등에서 오히려 소외되고 있다”며 “또 사회에서 쌓은 고급정보와 경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구는 인재센터를 통해 회원들을 조직적으로 관리, 각 기업에 우수인력으로 추천하는 한편 관내 초ㆍ중ㆍ고등학교 등에서 회원들이 사회 경험담 등을 들려주는 원로 특강 같은 기회도 마련해줄 방침이다. 또 회원 상호간의 친목도모 등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서초구의 엘리트 출신 노인대상 복지정책이 다른 ‘부자구’로도 확산될 경우 계층간 차별화, 가난한 자치구와 부유한 자치구간 위화감 조성이라는 비판도 예상된다.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한 자치구의 복지 담당자는 “우리는 복지행정의 가장 기본인 극빈층 노인 대상 의료비 지원 예산조차 부족해 독감주사 한 대 놓아드리기도 빠듯하다”며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다른 실정에 씁쓸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