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월 1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진실 밝혀야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줄 목적으로 100만달러가 든 가방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게 사실이면 노 전 대통령 자신이 의혹의 한복판에 서게 되는 것이다. 형과 조카사위가 구속 및 체포된 데 이어 아들도 검찰의 수사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의혹이 가족 전체로 번지고 있어 사태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예단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 서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여전히 '홈페이지 정치'를 통해 관련 의혹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 7일 홈페이지에 부인이 돈을 받은 것을 사과한다고 글을 올린 데 이어 8일에는 "제가 알고 있는 진실과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프레임이 같지 않다"고 주장했다. 무슨 뜻인지 진의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반응이 많다. '허물을 이미 사과한 처지'라며 지켜보자고 덧붙였지만 사과라기보다는 구차한 변명이라는 비난이 적지 않다. 국민은 진실을 알고 싶어한다. 변명이나 '프레임이 같지 않다'거나 '응분의 법적 평가'를 받겠다는 등의 묘한 말로는 사태가 수습되기 어렵게 됐다. "노 전 대통령에게 줄 목적이었다"는 박 회장의 검찰 진술이 나오고 아들까지 베트남에서 박 회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진 정황에서 비추어 우회적인 표현은 오히려 의혹을 키울 수 있다. 노 전 대통령 특유의 직설적 화법으로 진실을 밝힐 때 사태수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력층의 비리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청렴성과 도덕성을 유난히 내세웠던 노 전 대통령 및 가족이 비리의혹에 휩싸이게 된 것은 개인의 불행이자 한국정치의 비극이다. 이 같은 비극적인 사태의 재발을 막고 사죄하는 심정으로 진실을 밝혀주기를 국민은 바라고 있다. 검찰도 노 전 대통령 측과 '진실게임'을 한다는 인상을 주기보다는 차분하게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의혹규명에 있어 열쇠를 쥔 것으로 보이는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영장이 소명 부족으로 기각된 것은 검찰이 너무 서두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