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결정 불합리하다

금융상품의 가격체계가 왜곡돼 소비자들만 `바가지`를 쓰고 있다. 시장금리가 떨어질 때는 즉각 예금금리를 내리는 은행들은 반대상황이 되면 금리인상을 미적거리고, 보험사들은 보험료에서 일부를 떼어 쓰는 사업비가 남아 수조원씩 이익을 챙기면서도 금리인상을 이유로 다시 보험료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할부사와 저축은행들도 무리한 영업으로 늘어난 부실을 대출금리에 반영해 대부업체와 별 차이가 없는 연30~60%대의 고리를 받는 등 불투명한 금리체계로 소비자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올 들어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올들어 여섯 차례에 걸쳐 0.75% 포인트나 낮춘 것을 비롯해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시장금리하락을 이유로 지난 2ㆍ4분기 이후 4, 5차례씩 예금금리를 내렸다. 그러나 시장금리가 급상승하고 있는 최근에는 예금금리 인상을 미적거리고 있다. 우리ㆍ제일ㆍ기업은행 등이 일부 예금의 금리를 0.1~0.2%포인트 올리는 데 그쳤을 뿐 다른 은행들은 `지점장 전결금리`를 조정하며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전결금리는 통상 거액을 맡기는 고객에게만 적용하기 때문에 대다수 서민들은 혜택을 누릴 수 없다.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상반기에 앞 다퉈 예금금리를 내렸던 은행들이 시장금리가 한달새 0.7%포인트나 급등했는데도 예금금리를 올리지 않는 것은 너무 속이 보이는 것”이라며 “은행들이 사실상의 금리담합을 통해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회사들 역시 올 상반기 시장금리가 떨어졌다는 것을 이유로 내년 초부터 예정이율을 1%포인트 정도 내려 보험료를 10%정도 인상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금리가 바닥을 찍고 다시 오름폭이 커지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이득보호에는 소홀히 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보험상품가격(보험료)의 일부로 책정되는 사업비가 지난 회계연도(2002년4월~2003년3월)에 약 3조9,000억원이나 남아 그만큼 이익(비차익)을 봤다. 그만큼 보험료 인하요인이 발생했지만 이는 무시하고 상반기의 금리하락분만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대형 할부사들이 대출전용카드에 적용하는 대출금리도 최고 33%에 이르고 있고, 저축은행의 소액 신용대출금리는 60%까지 올라 대부업체인지, 금융회사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참여연대의 한 관계자는 “할부사나 저축은행이 영업을 잘 못해 생긴 손실을 소비자부담으로 떠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우기자, 조의준기자 ra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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