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단속을 위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시 혈액 채취가 평소보다 지연됐더라도 국가의 배상 책임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됐으나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구모(40)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고 6일 밝혔다.
지난 2004년 3월 밤 술을 마신 뒤 승용차를 몰다 음주 단속에 걸린 구씨는 호흡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기준치(0.05%)를 조금 넘는 0.055%로 나타났다.
구씨는 이에 불복해 혈액측정을 요구했으나 현장에 채혈용기가 없어 경찰관이 용기를 구할 때까지 기다리느라 70여분이 지난 후에야 혈액측정을 받았고 혈중알코올농도가 0.078%로 측정됐다.
검찰은 혈액 채취 지연에 따른 알코올농도 감소치를 감안해 구씨를 혈중알코올농도 0.087%의 주취 상태에서 운전한 혐의로 기소했으나 법원은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정확히 알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구씨는 “혈액 채취가 지연돼 소송까지 진행하면서 가정불화에 직장까지 그만뒀다”며 국가를 상대로 3,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 항소심에서 일부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대법원은 “경찰관이 부당한 의도나 불합리한 사유로 채혈을 지연시켰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고 채혈이 70여분 늦어졌다고 해서 구씨의 권익이 현저하게 침해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