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학년도 대학 수시모집이 시작되면서 수험생∙학부모와 대학 간에 전쟁이 또 시작됐다. 난수표와 다름없는 각 대학의 복잡다기한 전형 방법 때문이다. 게다가 전형 방식은 해마다 달라지고 대학별 최종안(모집요강)은 입시가 코앞에 다가와야 나오니 학생ㆍ학부모는 끝까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덕분에 입시 컨설팅 업체들은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학부모들은 극도의 산란함에 얼이 빠져나갈 지경이라고 호소한다.
전국 203개 대학의 2013학년도 전형 가짓수는 3,189개에 이른다. 대학별로 16개 꼴이다. 지난해 전형을 간소화한답시고 줄인 게 이 정도다. 수시와 정시에다 특기적성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특별전형이 학교와 학과ㆍ모집단위별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 복잡하고 난해한 전형이 그렇다고 해서 일찍 발표되는 것도 아니다. 대학별 기본안(시행계획)은 그나마 고교 2학년 말에라도 나오지만 대학 및 학과 선택에 실질 지침이 되는 모집요강은 전형일이 초읽기에 들어가서야 나오기 일쑤다. 심지어 요강이 변경되는 경우까지 있으니 학생과 학부모는 죽을 맛이다.
이런 폐해를 줄이려고 정치권에서 개선안 추진에 나서 만시지탄이지만 반갑다. 대학별 기본안의 조기 확정 공표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전형 공표 시기를 중학교 3학년 말, 다시 말해 입시 3년 전으로 앞당기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시행령 정도가 아니라 법의 개정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2018년도부터 시행되면 지금의 여러 문제들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학생 입장에서 일찍 목표를 정해 안정감을 가지고 학업에 임할 수 있게 된다. 전형 막판까지 좌불안석하면서 적성과 소질에 상관없이 무조건 합격 위주로 선택하는 폐단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대학 입장에서도 전형 방식에 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 같은 시스템에서는 대학 간에 학교서열과 경쟁관계가 작용해 전형 방식 결정에 눈치보기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대학별 기본안만 미리 확정해서 될 일이 아니다. 구체적인 모집요강의 확정 발표시한도 앞당겨야 한다. 필요하다면 강제 가이드라인이라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