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았던 삼성전자의 질주에 제동이 걸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4분기 잠정 연결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는 약 6%, 석 달 전에 비해서는 18% 줄어든 8조3,000억원에 머물렀다고 공시했다. 2011년 3·4분기 이후 9분기 만에 맞은 어닝쇼크. 실적악화를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나 나빠도 8조원대 중후반은 될 것이라던 한 가닥 기대마저 무너진 것은 쓰라리다. 매출액이 직전 분기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는 사실도 달갑지 않다.
어닝쇼크의 진원지로 스마트폰이 지목된 것은 아이러니컬하다. 스마트폰은 최근 수년간 급성장의 일등공신이었다.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애플을 잡고 세계 1위라는 명성도 안겨줬다. 하지만 시장 흐름이 변하면서 기회가 위기로 바뀌었다. 지난해까지 40% 이상이었던 시장 성장률이 올해는 15%대로 급감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대당 가격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시장이 성숙단계로 진입할 때 보이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지금까지 스마트폰으로 먹고 살았지만 앞으로는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번 쇼크가 단순히 한 기업에만 국한된다면 걱정할 게 없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국내총생산(GDP)과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18%에 달하는 존재다. 삼성전자가 재채기를 하면 국민경제 전체가 심한 몸살을 앓을 수도 있다. 모든 이들이 우려반 기대반으로 한국 최고 기업을 바라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신년사에서 밝혔듯이 더 멀리 보고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만들어내면 위기는 다시 기회가 될 수 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스마트폰을 넘어 앞으로 적어도 10년을 선도할 수 있는 '포스트(post) 스마트폰' 발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혼자의 힘으로 부족하다면 외부의 도움을 받는 유연성도 필요하다. 정부도 기업들의 체질개선과 '포스트 삼성전자' 육성에 나서 비정상적인 경제를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