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매각선언 교보생명 지분 35%] 적정가격 얼마일까

대우가 자구노력 차원에서 매각키로 한 교보생명 지분(35%)의 적정가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우가 추정 매각대금으로 제시한 금액은 9,880억원으로 무려 1조원에 달하는 규모.대우는 최근 채권은행에 제출한 재무구조 개선계획 수정안에서 『올해중 금융 및 부동산 자산을 매각해 29조원의 빚을 갚겠다』고 밝혔다. 생명보험사가 비상장법인이어서 시장가격을 산출하기는 어렵지만, 교보생명이 앞으로 상장했을 때의 신주배정 등 프리미엄을 감안한다면 35%만 해도 1조원에 육박한다는 것이 대우측의 논리. 일부 생명보험사는 대우가 생보업계의 자산가치를 이처럼 높게 평가해주자 희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나, 상당수는 『그 정도 금액에 주식을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사옥 지어준 대가가 1조원= 대우가 보유하고 있는 교보생명의 주식은 지난 80년 대우건설이 서울 광화문에 교보생명 본사 사옥을 지어주면서 일부는 공사대금으로, 나머지는 투자 차원에서 확보한 물량. 교보측은 김우중(金宇中)회장이 10%, ㈜대우가 25%를 나누어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교보생명의 현재 자본금이 686억원이므로 대우 지분의 장부상 가치는 230억원 남짓이다. ◇교보, 『1조원 넘을 것』= 교보생명측은 「대우의 추산가격 1조원이 맞다」는 입장. 상장만 이루어진다면 교보의 주가가 손해보험사들의 주가보다 결코 낮을 수 없다는 것이 배경이다. 교보 관계자는 『삼성화재의 주가가 58만원에 이르고 있는데, 재무구조가 훨씬 건실한 교보의 주가는 상장 이후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정확한 근거는 댈 수 없지만 교보가 상장됨으로써 이에 따른 주가 현실화와 증자물량 배정까지 감안한다면 대우의 1조원은 타당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10여개 손해보험사의 자산을 모두 합쳐도 삼성생명 한 회사의 규모에 못 미칠 정도로 생보사들은 큰 덩치를 가지고 있다. 생보사들은 꾸준히 상장을 검토해왔으나 주가폭락을 염려한 관계당국의 견제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시장가격이 관건=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대우의 주장대로 교보지분 5%가 1조원이라면 주당가격이 40만원이 넘는 셈이 된다』며 『실제로 이를 매각하는데는 상당한 애로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얼마전 삼성생명이 상장될 경우에 따른 주가를 전망해본 결과, 주당 13만~14만원이 나왔다』며 『이는 주당 50만원이 넘는 삼성화재에 비해 크게 낮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화재의 자본금은 300억원으로, 국내 최대 생보사인 삼성생명(936억원)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회사 규모가 크다고 주가가 높을 수는 없다는 것. 전문가들은 결국 시장이 대우의 교보지분 적정가격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의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교보의 2대주주로 참여할 기업이 얼마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대우의 지분을 제외한 65%는 모두 교보의 전·현직 경영진이 나누어 가지고 있다./한상복 기자 SBHA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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