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마지막이 될 국정감사가 10일 시작됐다. 올해 국감은 23일까지를 1차로, 10월1~8일까지를 2차로 나눠 한 달 가까이 진행되며 국감 대상도 사상 최대인 708개 기관에 이른다. 박근혜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돈 직후여서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현 정부 중간평가의 장으로 국감을 활용할 태세이고 새누리당 또한 내년 총선을 의식하며 국감에 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국감의 취지는 입법부의 행정부 감시·비판이다. 하지만 국감 분위기는 첫날부터 정치공방의 장으로 변질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여야는 당장 법사위 등 12개 상임위에서 노동개혁과 재벌개혁,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 포털사이트의 뉴스 공정성 문제 등을 두고 난타전과 파행을 거듭하며 애초의 예측이 조금도 빗나가지 않고 있다. 국회는 앞서 정무위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 문제를 두고 고성과 삿대질에 막말까지 오가는 추태를 보여 여론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음에도 주변의 이런 질타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여야 정치권은 정기국회 시작 전에 애써 진지한 표정으로 민생과 경제 살리기 국감을 하겠다는 각오를 국민에게 밝혔다. 하지만 정작 국감에서는 어디서도 그런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다. 결국 내년 총선을 의식해 지지층 결집이나 세력화에 국정감사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국회는 행정부가 해결하지 못하는 사안을 정치력으로 돌파하고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자신의 권위를 확립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 국회가 외치는 민생과 경제 살리기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이 뒤따라야만 가능하다. 정치권이 진정으로 추석 민심을 내 것으로 하고 싶다면 고함지르고 윽박지르는 '갑질 국감'에서 벗어나 생생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국정감사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