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 등을 빌려 코스닥 상장사들을 인수한 뒤 1,000억원대의 자금을 빼돌려 챙긴 불법 '기업사냥꾼'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유상범 부장검사)는 인수한 회사에서 1,132억여원을 자신이 세운 '페이퍼 컴퍼니'에 대여하는 형식으로 몰래 빼내고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로 박모(43)씨를 구속기소하고 김모(49)씨 등 사채업자와 회사 임직원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2008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A사ㆍS사 등 코스닥 상장사 4곳과 H사와 D사 등 비상장사 2곳을 차례로 인수하며 이른바 인수합병(M&A)전문가로 이름을 떨쳤지만 사채업자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사실상 무자본으로 다른 회사를 인수한 뒤 회삿돈을 뽑아 빼돌리는 파렴치한 기업 사냥꾼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특히 돈을 빌리면서 사채업자 등에 담보로 제공한 주식의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2008년 11월∼2009년 1월 S사 등 회사 주가를 조작해 35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외국계 펀드 P사 등에 돈을 주고 S사 주식을 매수하게 한 뒤 주가가 오르면 차명으로 사놓은 주식을 매도해 차익을 챙겼다.
검찰은 박씨의 주가조작에 가담한 외국계 펀드 P사가 국내 사채업자가 운용하는 회사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P사 임원 문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회삿돈 횡령과 배임, 주가조작, 차명 유상증자 참여 등 무자본 M&A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범죄 유형이 다 동원된 불법 M&A의 종합판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