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중소 조선업체 개별지원 난색

채권단 공동 방안 마련전엔 대출 안할듯

채권단 공동의 자금지원 방안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개별 은행이 중소 조선업체에 자금을 지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대다수 시중은행들은 중소조선업체에 대한 선수금 환급보증(RG)발급 및 시설자금 대출을 확대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RG 발행 확대를 포함해 중소 조선업체에 대한 금융지원 방안을 논의한 적이 없다"며 "조선업계 RG 규모와 관련해 은행별로 구체적인 데이터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ㆍ보험 등 금융회사들이 최근 3년간 국내 조선업체들을 대상으로 인수한 RG 규모가 130조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중은행의 또 다른 관계자는 "중소 조선업체들의 재무 상황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채권단 자율이나 공동으로 중소 조선업체 지원방안이 만들어 질 때까지는 개별 은행 차원에서 지원책을 마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은행권이 중소 조선업체들에 대한 자금 지원을 꺼리는 것은 부실우려가 높아진 중소 조선업체을 지원할 경우 재무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질 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RG인수액의 경우 전액 위험가중자산으로 산정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떨어뜨리게 된다. 조선업계에서는 은행들이 자금 지원을 미룰 경우 선박 건조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조선공업협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RG에 대한 지원논의를 외면하고 있다"며 "은행들이 시설자금 대출은 물론 RG마저 발급해 주지 않아 선박 건조 자체를 멈춘 조선사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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