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몰려 고사(枯死) 위기에 처했던 종합금융사들의 경영이 완전 정상화됐다.종금사들은 지난 상반기(4~9월) 동안 2,365억원의 흑자를 내면서 그동안의 적자경영에서 탈출한데 이어 대우사태 이후 부동(浮動)자금으로 떠돌던 기업자금을 빨아들이는데 성공, 3년 만에 전성기로 복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종금사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3,700억원의 적자를 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종금사 총수신(발행어음 및 CMA)은 16조5,129억원으로 9월의 15조6,656억원보다 1조원 가량 늘어나면서 증가세로 반전됐다.
종금사 수신은 지난 7월 말 17조7,270억원이었으나 8월과 9월을 거치며 지속적으로 감소, 15조원까지 줄어들었다. 수신이 이처럼 줄어든 것은 대우사태 이후 기관들의 자금이 묶이면서 돈이 돌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대우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잡은 뒤 자금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종금사들이 발 빠르게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하면서 기업자금을 흡수해 수신이 다시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기관예금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고 예금보호가 확실한 종금사 쪽으로 몰리는 것 같다』며 『종금사들이 상반기에 대규모 흑자를 내는 등 영업이 정상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앞으로 금리가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발행어음이나 CMA에 돈을 넣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현재 발행어음 금리는 5.5~6.5%, CMA는 6.5~7%로 바닥 수준이다.
수신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아세아종금. 그동안 상대적으로 기관예금이 적었으나 기업예금 유치작전에 대거 나선 결과, 4,000억원 이상을 끌어들였다. 나라종금의 수신도 9월 말의 4조422억원에서 10월에는 4조3,181억원으로 늘어났다.
반면 개인수신이 많은 동양종금의 경우 2조9,457억원에 달하던 수신이 한달만에 2조5,591억원으로 4,000억원 가량이나 줄어들었다. 경수종금도 최근 리젠트퍼시픽으로 대주주가 바뀌는 와중에 수신이 줄었다.
한 종금사 관계자는 『경기가 살아나면서 대출을 요구하는 기업들이 많지만 지금으로선 종금채 발행을 비롯한 장기 자금조달이 어려워 대출을 못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복기자SBHAN@SED.CO.KR
우승호기자DERRIDA@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