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앤 조이] 고양이 팔자가 상팔자

'왕자와 거지' 모티브…단순한 상황 전개
아이들은 즐겁지만 어른들엔 지루할 수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영화를 흔히 ‘가족영화’라고 부른다. 이들 영화 대부분은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보호자인 어른들까지 함께 보게 되기 때문. 그래서 할리우드를 위시한 전세계 영화계는 ‘어린이 영화’가 아니라 어른, 아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가족영화를 만드는 데 골몰해 왔다. 굳이 정의한다면 ‘가필드2’는 가족 영화라기 보다는 어린이 영화에 가까운 작품이다. 사실 신문 네컷 만화의 주인공인 가필드는 성인에게도 어필하기 좋은 캐릭터. 전세계적 63개국 6,000여개의 신문에 연재되는 인기만화의 주인공인 이 고양이의 매력은 특유의 냉소적인 유머. 고양이의 눈으로 부조리한 세상을 조롱하는 가필드의 어법은 세상일에 지친 성인들의 가슴을 뚫어주곤 했다. 하지만 원작과는 달리 영화 속 가필드는 그다지 냉소적이지 않다. 조금 심술궂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착한 고양이인 것. 때문에 성인들이 보기엔 전체적으로 심심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영화는 일단 어린이의 눈으로 보기에는 재미있다. 영화는 우여곡절끝에 영국에 가게 된 가필드가 귀족 고양이 ‘프린스’와 신분이 바뀌게 된다는 ‘왕자와 거지’스토리. 여기에 명확한 선악구분과 간결한 인물묘사를 통해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만한 쉬운 영화가 만들어졌다. 중심사건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소동이 없는 직선적 상황전개 또한 아이들의 이해를 돕는다. 등장하는 동물들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 하다. ‘꼬마돼지 베이브’에서 빌려온 듯한 친근한 동료 동물 캐릭터들은 아주 귀엽다. 컴퓨터 그래픽을 극대화해 만들어진 영화 속 가필드는 마치 현실에 존재하는 것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며 실사배우들 사이를 헤집고 다닌다. 대부분의 코미디는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넘어지고 구르는 슬랩스틱 코미디. 그러나 넘어지고 쓰러지는 코미디 연기를 펼치는 영화 속 가필드는 성인들에겐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그저 심술궂기만 한 악역 다지스경(빌리 코놀리),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남녀 주인공 존(브레킨 메이어)과 리즈(제니퍼 러브 휴이트)등 단선적인 인물 또한 성인들의 눈을 지루하게 할 뿐.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던 영화의 장점이 어른들에겐 대부분 단점으로 변한다. 결과적으로 ‘가필드2’는 아직까지도 진정한 ‘가족영화’의 탄생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음을 보여주는 영화다. 이는 ‘치킨 리틀’ 등 최근 등장한 다른 가족 영화들도 마찬가지. 언제까지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즐기는 대신 옆에서 하품을 하며 눈을 비벼야 하는 걸까 궁금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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