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었던 북핵 사태에 봄기운이 묻어나고 있다.
그동안 다자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일본과 중국은 다국간 협의원칙에 합의, 사태해결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북한측 역시 비공식적으로 중국 군부지도자들과 만나 다자간 협상 등의 방안을 논의하는 등 `북ㆍ미 직접 대화 고수`입장에서 한발 물러나는 모습이다. 외국 언론들은 최근 노무현 정부의 적극적인 북핵 해결 노력 역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 중 등 주변국 다국간 협의로 방향 틀어= 중국을 방문한 가와구치 요리코 일본외상은 6일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과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북한을 다국간 협의의 장으로 이끌어내는데 상호 협력키로 의견일치를 봤다.
특히 북한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중국이 다자 협력 구도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북한도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와 관련,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자 사설을 통해 그동안 북한의 대변자를 자처해왔던 중국이 최근 북한에 대해 압력을 행사하는 외교통로의 역할을 감당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별다른 중국의 반대 없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오는 9일 북핵문제를 논의하게 된 것은 이러한 중국의 입장변화를 시사하고 있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북한 측도 중국과 다자 회담 논의= 이처럼 미국이 제의한 6자 회담(미ㆍ일ㆍ러ㆍ중ㆍ남북한)에 포함된 주변국들이 다자 논의 원칙쪽에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북한에서도 태도 변화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
북한 국방위원회 조명록 제1부위원장 겸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차오강촨(曺剛川)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을 비롯한 중국 군부 지도자들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간 협상 등의 방안을 논의중인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중국이 최근 공산당 대표단을 평양에 보내 북한에 대해 자극적인 행동을 삼가고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을 촉구하는 한편 북한 지도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을 초청한 점으로 미뤄 조 제1부위원장은 중국 측과의 막후 협상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문제를 거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전쟁계기 미 평화해결 노력 늘어날 것”=이라크전 이후 다음 타깃은 북한이 될 것이라는 일부 우려와는 달리 오히려 미국은 이번 전쟁으로 얻게 된 `카우보이 패거리`라는 이미지를 종식시키기 위해 북한ㆍ이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더욱 힘을 쏟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로스엔젤레스타임스는 6일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이란의 핵문제 처리를 놓고 집중 논의를 시작했다며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중심으로 한 온건파의 외교적 해결 방안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또 FT는 최근 한국이 이라크 파병을 결정함으로써 북핵 문제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평화적 접근 방법이 미 행정부 내에 좀더 강력한 지지 기반을 얻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를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신호의 하나로 꼽았다.
<한기석기자 hank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