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트라비아타' 여주인공… 어째서 춘희라고 불릴까

'오페라가 왜?' / 김근식 지음, 프로젝트 409펴냄

9, 19, 29 등 아홉 수를 흔히 불길하다고 여긴다. 비록 미신이지만 클래식에도 아홉 수의 불길함은 남아있다. 세계적 음악가들이 9번 교향곡까지만 작곡한 뒤 숨진 것. 베토벤은 ‘합창’까지 모두 9개의 교향곡을 작곡했다. 슈베르트 역시 교향곡 8번을 미완성으로 남겨둔 채 9번까지만 작곡하고 세상을 떠났다. 브루크너와 드보르작 역시 교향곡 9번까지만 남기고 숨졌다. 구스타프 말러는 교향곡 8번을 작곡한 후 죽음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 그는 이후 교향곡과 다름없지만 교향곡으로 명시하지 않은 음악 ‘대지의 노래’와 표제가 없는 기악곡을 작곡한다. ‘대지의 노래’가 교향곡으로 명시되지 않은 탓에 뒤의 곡이 9번 교향곡이 됐고 말러는 10번 교향곡을 미처 완성하지 못한 채 숨을 거두고 만다. 책에는 이런 음악가와 작품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들이 담겨 있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순수 마니아인 저자는 복잡한 음악 용어를 과감히 생략했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여주인공 비올레타는 어째서 춘희(椿姬)라고 불릴까,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왜 잠 못 이뤘을까 등 대중들이 궁금해할 수 있는 내용 위주로 책을 꾸몄다. 클래식 음악에 입문하는 초보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도 눈에 띈다. 책에 언급된 음악은 대부분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곡들이다. 클래식 음악을 접하고 싶은데 어떤 곡을 들어야 좋을 지 모르겠다면 책에 등장한 곡 위주로 접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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