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락하는 도시 재생으로 활로 찾자] <4> 예산·조직이 성공 열쇠

사업예산 쥐꼬리… 복권기금 활용 등 자금조달 다각화해야
英 통합예산 연 1조 달해 일본은 펀드 통해 재원조달
LH·국토연구원 등 공조 전문 지원체계 구축하고 부처간 칸막이 허물어야


정부가 부동산경기 침체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난 등으로 답보상태에 빠진 도시재생사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지난 6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데 이어 관련 시행령도 지난 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는 도시재생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도시재생기획단과 도시재생지원기구, 지역 도시재생지원센터에 이르기까지 조직을 일원화해 중앙 정부가 체계적으로 사업을 꾸려나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여전히 도시재생 예산의 통합 문제나 재원 조달, 조직 운영과 관련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통합재정 마련이 필수…재원조달방안도 고민해야= 가장 중요한 것이 재원(財源)이다. 정부는 내년 도시재생 관련 특별예산으로 243억원을 책정했다. 내년 초 선정할 선도지역에 대한 계획수립비 및 사업비 지원 명목이다. 애초 국토교통부는 1,025억원을 신청했지만 기획재정부에서 복지예산 증가에 따른 재정난 등의 이유로 신청 예산의 4분의1 수준만 반영했다.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10여개 선도지역 사업에 대해 총 사업비의 10%인 220억원과 운영 지원비 등을 합쳐 내년 예산이 배정됐다"며 "도시재생을 원하는 수요에 비해서는 턱없이 적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지속적인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 재정뿐 아니라 다양한 재원 확보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고용노동부의 사회적 기업, 안전행정부의 안심마을 만들기 사업 등 부처별로 나뉘어 있는 도시재생 유관 사업들에 대한 재정을 통합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

영국은 1994년 통합 재생 예산(SRB)을 설립하고 매년 1조원 이상을 지역 도시재생사업에 지원하고 있으며 특히 환경부·노동부·교육부·내무부·과성부 등 5개 부처의 개별 예산을 '단일 예산(single budget)'으로 통합, 지원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 등 재생사업 선도국가들 역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사업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예컨대 일본의 오오테마치 지구 재생사업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직접적인 보조금은 없다. 대신 일본정책투자은행과 민간금융기관이 조성한 도시재생펀드에서 변제기간이 변동하는 '기간 변동형 자금 대출'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하거나 복권기금이나 경마수익금 등을 도시재생사업 재원으로 사용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황희연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각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도시재생 관련 예산을 통합해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속적인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성 갖춘 지원기구 선정·부처 간 칸막이 허물어야= 도시재생 지원기구 등 조직 체계를 제대로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현재 도시재생 지원기구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국토연구원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도시재생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LH가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국토연도 관련 연구를 꾸준히 해온 만큼 두 기관이 공조 체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도시재생 지원기구의 독립성도 보장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도시재생사업을 총괄하는 도시재생본부 산하의 도시재생기구(UR)가 전문성·독립성을 갖고 민간사업에 대한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UR의 전신은 일본주택공단(JHC)이다. 경제 성장기에는 택지 개발과 임대주택 공급이 주였지만 경제가 완숙기에 접어들면서 도시재생사업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성격을 바꿨다. UR 관계자는 "신도시 개발 등으로 얻은 노하우는 도시재생사업에도 필요하다"며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계획을 수립하거나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는 데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등의 활동이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도시재생특별위원회 내의 각 부처 간 칸막이 허물기도 풀어야 할 과제다. 현재 부처별로 분산돼 있는 도시재생 유관 사업들의 경우 각 부처의 핵심 사업들이어서 이를 도시재생특별위원회로 통합시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일부 부처들은 도시재생과 중복되는 사업을 정부·의원 입법의 형태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안행부의 '지역 공동체 활성화 사업'과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마을 공동체 활성화 사업'은 주민 공동체성 회복을 추구하는 도시재생과 상당 부분 겹치는 사업이다.

한 도시재생 전문가는 "포괄보조금 제도가 도입돼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사업도 개별적으로 신청해서 예산을 타낼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도시재생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대표하는 사업이라면 시작부터 부처 간 벽을 허물고 협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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