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은행과 생명보험산업은 선진국에 비해 집중도가 매우 높아 인수ㆍ합병을 통한 대형화가 오히려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산업자본이 금융기관을 소유하고 있는 `혼합금융그룹`의 경우 확장위주경영에 따른 금융부문의 부실화가 다른 계열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이 11일 내놓은 `금융산업 집중도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은행부문의 허쉬만-허핀달지수(HHI)는 작년 9월말 현재 1,291로 미국 287, 일본 700, 독일 667, 영국 437 등 선진국에 비해 훨씬 높았다. 특정 산업집중도를 나타내는 HHI는 개별기관의 시장점유율을 제곱해 합산한 수치로 미국 법무부는 지수가 1,800 이상이면 `집중`, 1,000 이상∼1,800 미만이면 `다소 집중`, 1,000 미만이면 `경쟁`으로 분류해 합병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은행부문의 HHI는 외환위기가 발생한 지난 1997년까지만 해도 569에 그쳤으나 이후 퇴출과 합병이 잇따라 98년 628, 2000년 822, 2002년 1,185등으로 계속 상승했다. 생명보험산업의 HHI는 우리나라가 2,642에 이르는 반면 미국은 364밖에 안되고 일본과 영국도 각각 1,116과 665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았다. 이는 삼성ㆍ대한ㆍ교보생명 등 이른바 `빅 3`생보사의 과점체제가 지속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지난 97년에도 지수가 2,393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반면 증권 부문의 지수는 556으로 97년의 1,267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ㆍ보험업의 집중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인수ㆍ합병보다는 다른 업종을 영위하는 금융그룹화 방식으로 대형화가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은은 또 산업자본이 1개 이상의 은행ㆍ증권ㆍ보험사를 소유하는 `혼합금융그룹`의 경우 확장위주에 따른 부실화와 계열기업으로의 부실전염가능성이 있고 자기자본을 과다계상할 수도 있는 만큼 감시ㆍ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