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녹지 둔 환상형 설계로 진정한 직주근접 도시 실현
정부청사 3단계 이전 마무리 하고 산학연 클러스터 등 추진
학교·병원 등 편의시설도 대폭 확대… 제2 수도권 거듭날 것
"국가행정의 중심축이 세종시로 이동해 본격적인 정부세종청사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제는 양질의 일자리와 교육·문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창출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이충재(60·사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청장은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 내 행복청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2011년 행복청 차장으로 부임해 행복도시 건설의 마스터플랜을 구상한 이 청장은 지난 2년여간 사령탑으로서 이를 직접 진두지휘해왔다.
이 청장의 말처럼 행복도시는 일산과 분당·판교·광교 등 우리가 흔히 아는 신도시와는 매우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세계 최초로 도심 한가운데를 녹지공간으로 비워두고 녹지를 둘러싼 주변 공간에 중앙행정과 대학·연구단지를 배치하는 등 환상형(ring) 도시로 계획됐다.
그는 인터뷰 초반부터 청장 한쪽 벽면에 마련된 행복도시 개발계획도를 지휘봉으로 하나하나 짚어가며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이 청장은 "도심 중앙에 있는 호수공원과 수목원·중앙공원 등을 포함해 총면적이 300만㎡에 달한다"며 "사업시행자 관점에서 보면 다 팔아야 할 땅이지만 모두 오픈 스페이스인 공원으로 꾸려졌다"고 말했다.
행복도시는 내부순환고속도로와 외곽순환고속도로가 분리돼 있는 투링(2ring) 구조의 도로망을 갖추고 있다. 이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전례를 찾을 수 없는 행복도시만의 특징이다.
그는 "기존 도시는 도심과 도시 외곽을 지나는 교통량을 분산하지 않아 교통정체가 상당했다"며 "행복도시는 청사와 연구단지 주변에 주택이 존재하는 만큼 대한민국에서 진정한 직주근접이 최초로 실현된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600여년 만에 우리나라의 모든 행정이 집약된 도시를 만들어나가는 만큼 이 청장은 기존 신도시 건설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을 접목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청장은 "아파트와 단독주택 단지 등 민간건축물은 물론 교량 등 공공건축물에도 설계공모를 통해 차별화된 공법을 적용하고 있다"며 "건축이나 토목 관련 전공자들이 행복도시를 방문하면 21세기의 건축양식과 기술양식을 두루 섭렵할 수 있도록 도시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행복도시 내 방축천변 상업용지 7필지에 대해 '사업제안 공모'를 실시했고 '수변공중가로(riverside highline)' 조성계획도 만들었다. 또 83개 교량에 V형·U형·비대칭 곡선 등의 다양한 주탑 디자인을 적용해 명실상부한 교량의 경연장으로 만드는 노력을 쏟고 있다.
택지공급 방식도 새롭게 파격적으로 바꿨다.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수차례 설득해 택지를 쪼개 파는 추첨제 방식의 매각이 아니라 전체 생활권을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 통으로 파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 같은 방식을 처음으로 적용한 '2-2생활권'은 지난해 수십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되는 등 높은 성적을 거뒀다.
추첨제에 입각해 택지를 개별 사업자에게 하나씩 팔게 되면 이미 그 아파트는 공동체를 우선시하는 건축물이기보다 개별 사업자의 이익에 방점이 찍힌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이 청장은 "그동안은 아파트마다 칸막이가 처져 있어 개별 단지의 질은 높을지 몰라도 공동 커뮤니티가 무너지는 등 사회적 가치는 주저앉는 형태였다"며 "주민 간 갈등이 사라지도록 벽을 허물고 단지에 하나씩만 존재했던 공동 커뮤니티를 500m마다 하나씩 만든 것이 청약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요인 같다"고 말했다.
행복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박을 거둔 2-2생활권에 이어 올해는 2-1생활권이 설계를 마치고 분양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청장은 "행복도시 건설 과정에서 가우디와 같은 세계적인 건축사가 탄생하는 것이 목표"라며 "2-1생활권 아파트는 개선문과 같은 입면을 갖춘 새로운 개념의 주거공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행복도시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지난해 말 국민권익위원회·국세청·우정사업본부 등을 끝으로 정부청사 3단계 이전이 마무리돼 총 36개 중앙행정기관이 입주를 완료한 것이다. 1만3,000여명의 공무원과 3,000명의 정부출연 연구기관 연구원들이 이전을 마쳐 세종시는 명실상부한 국가행정의 중심축으로 거듭나게 됐다.
이에 따라 인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행복청에 따르면 2013년 12월 2만5,000명에 불과했던 세종시 인구는 1년 만인 지난해 말 5만7,000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올해 말 10만명을 돌파한 12만5,000명으로 불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신도시라는 특성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택가격에다 국제고·영재고 등 명품 학군 프리미엄까지 누릴 수 있어 인근에 위치한 대전과 청주 등 구도심에서 이전하려는 수요가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사람이 모여들자 그간 턱없이 부족했던 편의시설도 무서운 속도로 늘고 있다. 이는 통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2012년 말 1개에 불과했던 상가 수는 지난해 10월 기준 77개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점포 숫자도 240개에서 1,207개로 5배나 증가했다.
특히 2014년 초 17개소에 불과하던 병·의원은 같은 해 10월 기준 51개소로 3배 늘어나 병·의원 부족에 대한 세종시민들의 불안감은 크게 줄어든 상태다.
현재도 청사 인근에 충남대병원 세종의원이 응급의학과 등 11개 진료과목에 대한 응급진료를 실시하고 있는데 오는 2018년 상반기에는 500병상 규모의 세종 충남대병원이 문을 열어 본격적인 의료 서비스에 나선다. 그간 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볼멘소리를 해왔던 공무원들이 이제 세종시에서 살 만하다는 얘기를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행정기관과 연구기관 이전이 마무리됐다면 자족기능 확보에 관심이 옮겨갈 수밖에 없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다.
실제로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가장 큰 논리는 '자족기능' 부족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됐던 게 사실이다.
이 청장은 "지난해 말까지는 중앙행정기관과 정부출연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도시 건설 초기단계의 성장을 이끌었다면 올해부터는 자족성 확충을 위해 4생활권에 대전 대덕특구, 오송·오창과학단지와 연계한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행복도시에 청사만 덜렁 있기 때문에 자족성이 부족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에 고개를 저었다.
14개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주변 특구를 연결하면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 청장은 "자족성을 갖추려면 도시의 기관망이나 편의시설이 갖춰져야 하는데 그것은 현재 행복청이 플러스 알파대로 수행하고 있다"며 "주로 대학부지와 주택부지였던 마스터플랜 조정을 통해 클러스터로 바뀌는 것이 첫 번째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4생활권에 '공동 캠퍼스' 개념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미 지방 캠퍼스가 많은 명문 대학의 부담을 낮추고 다른 대학과의 알짜 연구·강의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숙사나 산업편의시설 등도 공동으로 짓겠다는 것이 그의 복안이다. 자족기능 확충을 위해 4생활권에 들어설 지식산업센터의 설계비도 올해 예산에 반영됐다.
이 청장은 "행복도시 70㎞ 반경에 석유화학·철강·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20세기 전통산업부터 액화표시장치(LCD), 반도체, 첨단과학 생명 등 21세기 신산업까지 산업기반이 탄탄한 도시가 많다"며 "행복도시의 가치를 알게 되면 이 도시가 왜 제2의 수도권이 될 수밖에 없는지 깨닫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사 이전이 완료된 만큼 그는 최근 행복도시의 자족기능 확대를 위한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도시의 성장동력을 높이기 위해 투자유치팀을 확대 개편한 '도시성장촉진과'와 최첨단 기술을 집약한 건축물 건설을 기획하는 '도시특화경관팀'을 신설했다.
행복도시의 준공 예정 연도는 2030년. 행복청에 따르면 현재 전체 예산의 53%가 투입됐고 공사 기준으로 보면 40%가 완료됐다. 중앙행정기관이 이전을 완벽하게 마쳐 1단계 계획에 성공한 만큼 2020년까지는 자족기능 확충을 완비해 완벽한 도시로서 기능을 갖추겠다는 목표다.
이 청장은 "행복도시 계획과정에서 반대 견해도 있었지만 이제는 도시 조성이 본궤도에 오른 만큼 적극적인 응원이 필요하다"며 "국가 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제고라는 거시적인 목표를 행복도시를 통해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He is… △1955년 경기 연천 △1970년 용문고 △1980년 7급 공채 △1980년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1998년 인하대 교통대학원 경제학석사 △2006년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박사 △2006년 건설교통부 부동산평가팀장 △2008년 국토해양부 부동산산업과장 △2009년 공공주택건설추진단장 △2010년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 △2011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차장 △2013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청장 |
소통하는 공동문화체 형성… 도시가치 끌어올리겠다 ■ 李 청장이 중점두는 부분은 세종=박홍용 기자 이충재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 청장은 인터뷰 내내 도시의 가치를 강조했다. 탄생한 지 이제 갓 2년이 지난 행복도시의 불편함과 비효율에 집중하기보다는 장기적 안목으로 도시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는 설명이다. 이 청장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가우디 성당은 1882년에 짓기 시작해 현재 130년째 건설 중"이라며 "행복도시는 겨우 2년이 지났음에도 환골탈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환경이 변한 만큼 앞으로 1~2년을 지켜보면 도시의 가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백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의 도시와 조형물들이 하루 이틀에 건설된 것이 아닌 만큼 마스터플랜에 따라 차근차근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해나가겠다는 각오가 느껴졌다. 이 청장은 무엇보다 자녀교육·일자리·환경 등 기존 도시들이 갖고 있는 여러 고민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도시 구현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기존 신도시들은 주차난이나 소음·공해 등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행복도시의 마스터플랜은 복합 커뮤니티라는 개념을 생활권별로 도입해 주민들이 공동 관심사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특징"이라며 "21세기형 도시를 만들기 위해 기존 도시의 모든 장점은 집약하고 비효율은 제거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특히 기능 측면에서 기성세대들이 만족할 수 있는 도시의 수준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행복도시를 '제2 수도권'의 구심점으로 만들어 후대에게 고스란히 물려줘야 한다는 부채의식 때문이다. 그가 부하직원들에게 도시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집중하라고 주문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 결과 직원들에게서 긍정적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이 청장은 "부임 당시만 해도 단순한 인허가 정도가 공무원 역할의 전부라고 믿었던 직원들이 최근에는 건축이나 설계·토지매입 등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적용하면서 업무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세종청사 완공까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신 국민들께 감사드린다"며 "행복도시가 단순히 세종이라는 공간적 개념을 뛰어넘어 국가 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제고라는 거대한 목표를 이루는 발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대담=김정곤 경제부차장 mckids@sed.co.kr
사진제공=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