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시기보다 치밀한 전략 중요"
>>관련기사 스케줄 한달전 확정 '준비하는 CEO'
"저임금을 목적으로 한 단순한 해외진출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해당 국가의 산업성장 사이클과 호흡을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진출시기보다는 품목과 입지선정, 그리고 투자파트너를 누구로 할 것인지 등이 더 중요합니다."
조정호 ㈜코오롱 사장은 코오롱의 해외투자에 대해 "일단 해외로 나가면 국내기업들이 아닌 10~20년 전부터 현지에 진출해 있는 듀퐁이나 도레이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폈다.
그렇다고 조 사장이 섬유업계의 주요현안인 해외진출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코오롱은 곧 인도네시아 필름 공장과 연계한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 전략을 수립, 발표할 예정이다.
또 오는 2007년 창립 50주년을 겨냥해 섬유 비중을 25% 이내로 축소하고 자동차 및 정보통신 소재와 정밀화학을 중심으로 매출액 2조원, 경상이익 2,000억원을 달성한다는 원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
조 사장은 또 "현재 중국 베이징을 포함해 3~4개 지역을 대상으로 부지를 물색하고 있으며 시장조사와 진출품목에 대한 검토작업도 거의 완료단계에 와 있다"며 "중국의 경우 범용제품보다는 전기ㆍ전자용 필름이나 타이어코드ㆍ초극세사 같은 차별화된 제품으로 승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이어 "중국 외에 베트남ㆍ방글라데시 등에 대한 투자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정은 신중하게 내리겠지만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다.
조 사장은 서울대 공대 출신으로 코오롱에 입사한 후 무려 3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코오롱과 함께 해왔다.
오랜 시간 코오롱에 몸담아오며 화섬 계통의 현장경험을 풍부하게 쌓아왔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업 분야의 본부장을 맡으며 화려하지는 않지만 내실있게 성장을 이끌어왔다.
이 때문에 조 사장은 그룹 안팎에서 기술적 노하우와 기업경영의 노하우를 골고루 갖춘 전문경영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든 업무를 e메일로 직접 지시하고 보고도 받을 정도로 '디지털 경영'의 실천자로 잘 알려져 있는 조 사장은 평상시 노트북컴퓨터와 PDA를 휴대, 이동이나 출장 중에도 늘 정보를 수집하고 즉시 현업에 반영하는 '디지털 CEO'다. 그에게 굳이 디지털 마인드를 강조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누구나 잘 알듯이 21세기 디지털혁명은 산업혁명 이후 가장 큰 혁명으로 제3의 물결과는 또다른 것입니다. 급변하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해 개개인이 철저히 디지털화해야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 정보검색은 누구보다 자신있다는 그에게 인터넷은 취미를 넘어선 생활방식이자 경영전략인 셈이다.
조 사장은 코오롱 안팎에서 다방면에 박식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비결은 끊임없는 노력이라고 말한다.
"배움에는 때가 없지요. 제자리걸음이나 후퇴하는 삶이 아닌 발전적인 삶을 살기 바란다면 언제나 자만하지 않고 열의를 가지고 자기계발을 하는 것은 당연할 겁니다."
이를 위해 조 사장은 늘 메모노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아직도 새로운 영어단어나 일본어를 보면 무조건 적었다가 외운다. '한번 본 건 그때그때 기억하자'는 것이 그가 다방면에 걸쳐 해박한 지식을 갖추게 된 비법이다.
이처럼 모든 일에 완벽을 추구해온 그에게도 아직 '섬유산업의 구조전환'이라는 절박한 과제가 남아 있다.
섬유산업은 한때 한국경제의 조타수 역할을 해온 유서 깊은 제조업종. 하지만 지금은 투자금액을 온전히 거둬들이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타이완에 이어 최근 중국이 폭발적인 증설을 해와 세계시장에서 만성적인 공급과잉상태가 전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최초의 화섬기업인 코오롱은 지난 수년간 섬유 중심에서 소재ㆍ화학기업으로의 변신을 추구해왔지만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
조 사장은 "기업의 성패는 이익이 얼마나 나느냐에 달려 있고 이익은 비용을 초과한 부가가치가 얼마나 발생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올해 코오롱은 그동안 다져온 연구개발 능력과 마케팅 노하우를 기반으로 핵심사업에 인력과 자원을 집중, 흑자규모를 더욱 늘려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 사장이 기업을 경영하면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고객관리다.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성공(Customer Success)'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평소의 소신이다. 따라서 취임 초기부터 임직원들에게 고객의 요구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 제공과 지원, 이를 통한 상호이익의 극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고객 중심의 파트너십을 통해 고객성공을 정착시키면 자연히 회사의 경영에도 좋은 결과로 돌아온다.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 이것이 바로 지난 45년간 변하지 않은 코오롱의 기본자세"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 기업의 갈길을 엿볼 수 있다.
강동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