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정책자금 문턱 높아졌다


올해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신청했던 업체 가운데 실제 자금을 지원받은 곳은 60%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지원규모를 대폭 줄이면서 중소기업들의 자금 구하기도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7일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 정책자금을 신청한 업체는 모두 2만3,989곳이며 신청규모도 올해 예산(3조3,355억원)의 두배에 달하는 6조1,707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정책자금 신청기업 중 실제 자금 지원이 결정된 업체는 1만4,249곳으로 전체의 59%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작년 한해동안 정책자금을 신청했던 8만5,291곳의 업체 중 72%에 해당되는 6만1,419곳에 자금 지원이 결정됐던 것과 비교하면 지원비율이 크게 낮아진 셈이다. 중소기업에 지원된 전체 정책자금규모도 크게 줄어들었다. 올들어 9월까지 지원된 정책자금은 모두 2조9,518억원으로 신청액의 47.8%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의 경우 일선기업들로부터 11조8,127억원의 정책자금 신청이 몰려 이중 59%에 해당되는 6조9,612억원에 대해 자금 지원이 결정된 바 있다. 이처럼 정책자금의 문턱이 높아진 것은 지난해 5조8,555억원까지 불어났던 관련예산이 올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중소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여전히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다 정책자금에 대한 쏠림현상이 지속되면서 수요와 공급간 미스매치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진공은 올해 지원예산이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든 만큼 자금의 조기 소진을 막기 위해 정책자금을 매월 초 열흘 동안 선착순으로 접수 받는 방안을 시행 중이다. 아울러 일시적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게 지원하는 운전자금의 비중을 낮추고 미래에 대한 투자 개념이 강한 시설자금의 비중을 높여 옥석을 가리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쳐왔다. 중진공의 한 관계자는 “자금을 지원받는 업체의 비중은 지난해 보다 다소 낮아졌지만 업체당 평균 지원액은 1억800만원으로 지난해(9,900만원) 보다 늘어났다”며 “지난해에는 전체 자금의 60%를 운영자금이 차지했지만 올해는 시설자금 비중이 60%에 해당할 만큼 미래의 성장성 및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질적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중 금융권에서 홀대를 받는 중소기업들 입장에서는 높아진 중기 정책자금 문턱에 대해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소업계의 한 관계자는 “체감 경기는 지난해 금융위기 수준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 시중 금리는 오르고, 중기 정책자금을 지원 받기도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사실상 자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 사채나 제2금융권에 대한 중소기업들의 의존도만 가중돼 금융비용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현행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일관성이 없고 예측 불가능한 정책자금 운용으로 정책자금에 대한 가수요를 유발하고 수요ㆍ공급간 미스매치만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의 김세종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중기 자금이 삭감되면서 중소기업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여유가 있는 기업들도 ‘일단은 자금을 확보해놓고 보자’는 심리로 정책자금에 쏠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내년도 중기자금 예산안은 3조2,075억원으로 올해와 비슷한 수준에 책정됐으며, 현재 국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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