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홍 금감원부원장外 중경회멤버들 잇단 퇴진'국민의 정부' 출범후 1ㆍ2차 금융ㆍ기업개혁을 이끌었던 '구조조정 1세대'들이 줄줄이 무대밖으로 퇴장하고 있다. 부실의 환부를 치유하며 '구조조정의 전도사'를 자임했던 그들은 최근까지 거듭된 경기 침체 속에서 관심권 밖으로 쓸쓸히 사라지고 있다. 현 정부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면 후임자에 의해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조조정 1세대 누구인가= 환란후 1차 기업ㆍ금융구조조정을 이끌었던 세력은 크게 두부류. 하나는 국민의 정부 출범후 요직을 장악했던 '중경회' 멤버들이다. 'DJ노믹스(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 이념)' 전위부대였던 이들은 초창기 브레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윤원배 전 금감위 부위원장이 숙명여대 교수로, 김태동 전 경제수석이 정책기획위원장으로 옮긴데 이어, 이선 전 산업연구원장이 개인이유로 퇴진하며 후면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이진순 한국개발연구원(KDI)원장이 물러나면서 맥은 완전 단절됐다. 기득권 타파의 기치를 내걸었던 중경회 멤버들은 '현실'과 '이상론'을 놓고 관료들과 적지않은 마찰을 빚었지만, 참된 개혁의 기치를 내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1세대의 또다른 세력은 관료출신의 정책라인과 민간에서 수혈된 '외부 입성파'. 대부분 이헌재 전 재경부장관에 의해 정책라인에 입성, 소리없이 무대 뒤편으로 사라지고 있다. 오호근 전 기업구조조정위원장이 라자드아시아회장으로 옮긴데 이어 기업 개혁을 이끌었던 서근우 금감위자문관도 6월이면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으로 돌아간다. 이에 앞서 보험개혁을 맡았던 김기홍 금감원 부원장보가 충북대교수로 복귀했으며, 최장봉 부원장보는 지난 16일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새 둥지를 틀었다.
1세대 관료들의 퇴장도 뚜렷하다. 환란 초기 금감위 구조개혁단 총괄반장을 맡았던 연원영 금감위 상임위원은 금감원 감사를 맡을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밖에 제일은행 매각 등을 맡았던 남상덕 금감위 국장은 민주당 전문위원으로 내정된 상태며, 김석동 조정총괄관도 6월이면 미 미주리대로 연수를 떠날 예정이다. 이밖에 2인자로 그림자 역할을 했던 이정재 전 재경차관과 엄낙용 산은 총재 등도 이번 인사에서 쓸쓸히 퇴장했다.
◇누가 남았나= 구조조정 1세대중 남은 인물은 흔치않다. 중경회 멤버중에서는 정기홍 금감원 부원장이 남아있다. 하지만 정 부원장도 기업은행장 등 금융기관장으로 오르내려 언제까지 정책라인에 남을지 장담키 힘든 상황. 1세대중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인물은 이종구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과 양천식 청와대 금융비서관 등. 초창기 이헌재 초대 금감위원장을 도우며 공을 세운뒤 영전한 케이스들이다.
/김영기기자 yg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