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 청와대 경제수석은 12일 오전 신라호텔에서 「뉴밀레니엄을 위해 준비하자」는 주제로 서울대 경영대학 최고경영자과정을 위한 특별강의를 했다. 康수석은 이 자리에서 『우리 경제가 2000년부터 재도약하려면 지난해부터 추진된 금융·기업·공공·노동 등 4대 개혁을 올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면서 『「제2의 건국운동」이야말로 다가올 「뉴 밀레니엄」을 준비하는 정부의 자세』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康수석의 강의 내용 요약.1999년이 열리면서 우리는 「새로운 천년(NEW MILLENNIUM)」을 1년 앞두게 됐다. 미래학자인 피터 드러커 박사는 19세기 「기업의 시대」와 20세기 「정부의 시대」를 거쳐, 21세기는 정보와 지식 수준이 중요시되는 「전자공동체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자본(資本)에서 뇌본사회로, 보이는 세계(MACROCOSM)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MICROCOSM)로의 변천을 의미함과 동시에 기술과 지식이 중요시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것이다.
이같은 「뉴 밀레니엄」의 변화에 대해 선진국들은 각자의 상황에 맞는 준비를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교육창달·경제성장·문화번성·법질서 수호·과학기술 발전·시민정신 회복 등을 중점과제로 선정하고 정부 공공기관 기업 대학 가정을 단일 정보통신망으로 연결해 국제경쟁력을 키운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일본은 금융·경제구조 개혁과 정부부처 개편을 오는 2001년까지 마무리지을 계획이며 유럽연합(EU)도 역내국가 경제통합에 중점을 둔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김대중 대통령이 제창한 「제2의 건국운동」을 「뉴 밀레니엄」에 대한 준비로 인식하고 국민이 모두 동참해 세계적인 조류에서 앞서가야 한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정부의 역할과 기능 변화다. 정부와 민간의 진정한 수평관계를 정립하기 위해선 기존의 지시하고 통제하는 정부에서 봉사하고 책임지는 정부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또 정보화·개방화 시대에 맞도록 정부의 기능이 시장경제원리를 확립하는 방향으로 조정돼야 한다. 이는 규제 철폐 등을 통해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면서 금융감독이나 공정거래 기능 등의 시장감시기능을 선진화시킴으로써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추진중인 대기업 구조조정도 정부가 개입해 특정기업에 이익을 주거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시장의 실패를 교정하는 것도 정부의 영역이다. 경쟁이나 정보 부족으로 시장내 자원배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부가 나서서 이를 시정해야 한다. 시장경쟁에서 낙오된 실업자나 장애인·소년소녀가장 등 경제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부 역할도 강화돼야 한다. 기술·인력개발 투자나 사회간접자본, 공공재 투자 등 시장기능에 맡기면 정상적인 공급이 안되는 부문도 정부에 남겨진 몫이다.
그렇다고 정부의 역할과 기능 변화를 정부 혼자에게만 맡길 수는 없다. 국민들도 정부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신의 권리와 책임을 다하는 한편, 자신의 세금으로 일하는 정치인과 관료들이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는지 감시해야 한다.
정부 외에 강력한 변화압력을 받고 있는 또다른 분야는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다. 기업들은 강력한 리더십과 안정된 경영권 등의 장점과 함께 폐쇄적 경영, 위험 집중, 경영자 판단능력의 한계 등 심각한 단점을 지녀 왔다. 이에 따라 대내적으로는 투명한 경영과 적법성의 확보, 대외적으로는 경영행태 개선과 국제기준에 맞는 회계제도 도입 등 기업구조의 국제규범화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는 실정이다.
앞으로 기업구조는 유연하고 분권화된 네트워크 조직으로 운영됨과 동시에 국제적 기준에 맞는 투명성과 신뢰도를 확보해야 한다.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기업 구조개혁도 단기적인 안목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뉴 밀레니엄」「글로벌 경제」시대에 맞게 재벌경영과 기업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무한경쟁 시대를 맞은 기업들이 세계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참여와 협력에 바탕을 둔 신(新)노사문화를 창출하는 것이 관건이다. 지난해 노사정 위원회가 구성됨으로써 노사관계 정립을 위한 제도적 기반은 갖춰졌지만 노사 양측이 의식과 관행을 고치는 속도는 매우 더딘 실정이다. 제도적으로도 임금체계나 고용형태 등에서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남아 있다.
따라서 정부는 노사정 협력체제 확립 기업경영 투명화를 통한 구조조정 가속화 자율과 책임에 기초한 교섭문화 정착 고통분담과 성과배분제도 확립 사회안전망 구축 유연하고 활력있는 노동시장 구현 등 「공생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실천과제를 이행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뉴밀레니엄」시대를 맞아 중점을 둬야 할 것은 지식기반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지식기반산업은 21세기 성장과 고용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돼 2000년대에 지향해야 할 산업분야로서의 위치를 굳히고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의 경우 국민총생산(GDP)의 50% 이상을 지식기반산업활동이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수출비중도 20~25%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식기반산업의 생산 및 부가가치 비중이 아직도 10~20%에 머무는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상대적인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인력·기술개발지원을 강화하고 창업에 대한 장벽을 제거하는 등 자유로운 경쟁여건을 조성할 방침이다. 또 경쟁력 확보가 유리한 문화 관광 디자인 정보통신산업 등의 발전을 집중 육성함으로써 지식기반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정리=신경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