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옵션쇼크’를 초래한 도이치증권이 한국거래소(KRX)로부터 사상최대 규모의 제재금을 부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20면
2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KRX는 지난해 11월11일 일어난 옵션쇼크 사태의 장본인으로 꼽히는 도이치증권에 2억5,000만원 이상의 회원 제재금을 물리는 방안을 내부 검토하고 있다. KRX의 한 고위관계자는 “옵션사태와 관련한 제재금액에 대해 현재 거래소 내부에서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제재금액은 종전 최고치를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거래소가 부과한 회원 제재금은 지난 2009년 6월 K증권사에 대한 2억5,000만원이 최고액이다. KRX의 시장감시 규정에 따르면 KRX는 규정을 위반한 회원사에 대해 ‘제명’이나 ‘제재금 부과’ ‘경고’ ‘주의’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규정위반으로 제명된 사례가 한 건도 없었음을 볼 때 이번에 고려되는 제재수위는 거래소 역사상 최고가 될 가능성이 크다.
KRX가 지목한 도이치증권의 규정위반 행위는 프로그램 매매물량 신고 지연이다. 지수ㆍ옵션만기일 동시호가(오후2시50분~3시) 시간에 주문을 내기 위해서는 오후2시45분까지 KRX에 신고해야 하는데 도이치증권은 사건 당일 1분을 넘긴 오후2시46분에 신고했다. 국내 한 대형증권사의 파생담당 연구원은 “의도적으로 주문정보를 감추기 위해 프로그램 매매물량 신고를 지연했다면 시장 건전성을 위해 무거운 처벌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안만 놓고 보면 KRX 규정상 ‘경미한’ 위반에 해당하는 조항이다 보니 사건 초기에는 KRX가 이를 ‘약식제재금(최대 200만원)’ 부과 정도로 끝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해외자본의 불공정한 거래로 우리 금융시장의 혼란이 야기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한 후 강력한 처벌 쪽으로 돌아섰다. KRX 고위관계자는 “금융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기 때문에 단일 사유로도 거액의 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KRX의 도이치증권에 대한 제재금 발표시기는 당국의 조치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KRX 고위관계자는 "제재금은 KRX시장감시위원회에서 결정되긴 하지만 금융당국의 도이치증권에 대한 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만큼 당국의 조치를 고려해 명확한 제재수준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당국은 도이치증권에 대한 조치를 다음달 말께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