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신용장(L/C) 내도액이 7년여만에 최저치를 기록, 수출전선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L/C 내도액은 수출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현시점의 내도액이 적어지면 3~6개월후 수출 감소로 이어진다. 또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주력품목 이외 수출상품의 설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다만 한국은행의 해석은 다소 다르다. L/C방식에 의한 수출비중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 예전처럼 L/C감소가 수출감소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7년만의 최저기록= 지난 92년 이후 월별 수출신용장 내도액이 40억달러 수준을 밑돈 것은 단 3차례. 지난 1월과 92년2월 39억3,380만달러, 93년1월 39억7,130만달러 등이다. 월별 신용장 내도액이 90년대 초중반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신용장 내도액 감소세가 단순히 일시적인 이상현상에 그치는게 아니라는 점. 지난 98년 한해동안 L/C내도액도 574억5,590만달러. 전년은 물론 94년 수준을 훨씬 밑돌았다.
◇왜 감소하나= 수출경쟁력이 올라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며, 한편으로는 기업들이 신용장의존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출신용장이란 수입상의 거래은행이 수출대금의 지급보증을 보장한다는 것. 외국 수입상이나 국내 수출업자나 은행에 수수료를 내야 한다. 신용장개설수수료는 거래금액의 약 2%에서 많게는 6%수준.
그러나 기업 국제화가 진전되면서 은행을 통하지 않는 거래가 늘어나 L/C방식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방식도 줄어들고 있다. 특히 반도체 등 주력품목은 세계시장의 바이어와 생산자간 장기고정거래 관계가 형성돼 신용장방식을 벗어난지 오래다.
◇지표 유용성 논란= 때문에 수출신용장 내도액이 더이상 수출선행지표로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90년대 중반 이후 해마다 신용장방식에 의한 수출비중이 5%포인트씩 떨어지고 있다』며 『과거처럼 신용장 내도액이 준다고 해서 수출 타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용장내도액과 수출증감 추이가 서로 반대방향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전체 수출의 40%이상이 신용장 방식으로 나간다는 점에서 L/C내도액 추이가 여전히 주목해야할 지표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은도 대용 가능한 다른 수출선행지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비주력품목이 흔들린다= 문제는 논란은 차지하고 라도 L/C내도 감소가 비주력품목의 수출에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점. 연불수출, 단순송금, D/A, D/P방식같은 비신용장수출은 대부분 중화학제품과 반도체, 철강, 자동차, 조선 같은 주력품목의 수출에 활용되기 때문이다.
아직도 중소기업 제품이나 경공업제품같은 비주력품목의 수출은 대부분 신용장방식. 그렇지 않아도 지난 95년 이후 다소 개선될 조짐을 보이던 수출의 주력품목 편중현상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다시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신용장내도액이 줄어든만큼 3~6개월후 비주력품목의 수출이 더욱 어려워지고 수출상품 편중구조도 고착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표의 유용성 여부를 떠나 수출신용장 내도액 7년만의 최저치 기록을 수출전선의 경고음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권홍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