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단기 부동자금이 넘쳐나고 있지만 정작 쓰여야 할 곳에 돈이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1일 재정경제부가 펴낸 통화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총유동성(M3) 증가율은 연평잔 기준 6% 초반으로 지난해의 8.8%보다 크게 둔화됐다. 이는 통상 적정 통화량 증가율(국내총생산 증가율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수준)로 추정되는 8%대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이처럼 돈이 풀리는 속도가 떨어진 것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의도와는 달리 기업들이 투자를 여전히 기피하면서 자금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고 부동산경기 침체로 인해 가계대출도 크게 둔화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M3 증가율은 2000년 5.6%에서 2001년 가계대출 급팽창에 힘입어 9.6%로 상승한 뒤 2002년에 12.9%까지 치솟았다가 지난해 가계대출 억제와 기업 투자부진의 영향으로 8.8%로 내려갔었다.
올들어 월별 증가율은 1월 4.9%, 2월 5.1%, 3월 5.4%, 4월 5.4%, 5월 6.0%로 점차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여전히 적정수준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경기부진 여파로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자금이 제대로 순환하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올해 초 잡아놓은 통화량 감시범위(6~8%)에 들어와 있는데다 하반기에 중소기업 금융지원이 살아나면 자금이 원활히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M3에서 만기 2년 이상 금융상품과 생명보험회사 수신 등을 제외한 광의통화(M2)도 M3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여 6월 말 현재 연평잔 증가율이 4% 안팎으로 잠정 집계됐다.
M2는 2000년 2.2%에서 2001년 6.9%, 2002년 11.5%로 오른 뒤 지난해에는 7.9%로 뚝 떨어졌으며 올들어서도 1월 2.4%, 2월 2.6%, 3월 2.7%, 4월 3.1%, 5월 3.9%로 완만한 증가세에 그치고 있다.
이와 관련,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국회 업무보고에서 “콜금리를 1%포인트 더 내려서라도 소비가 살아난다면 당장 내릴 것이지만 과연 금리를 내린다고 살아날지 여부는 회의적”이라며 “금리를 상당한 수준까지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M2가 4% 수준의 증가폭에 그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