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칠 공이 없어요.”
김하늘(21ㆍ코오롱)이 갤러리 덕에 실격 위기를 모면했다.
29일 열린 힐스테이트 서울경제오픈 1라운드 16번홀(파5)에서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김하늘은 티샷을 물에 빠뜨린 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 볼이 평소 4개의 볼만 가지고 라운드에 나서는 김하늘의 마지막 볼이었기 때문. 앞서 4번홀(파4)에서 OB를 내고 후반 들어서도 두 차례 워터해저드에 빠뜨린 김하늘은 더 이상 칠 공이 없게 됐다.
골프규칙은 한 라운드에서 동일한 상표, 동일한 모델의 볼을 써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른 볼을 사용하면 홀당 2벌타를 받고 세번째 홀에서는 실격을 당하게 된다.
동반한 유소연과 서희경에게 도움을 청해봤지만 김하늘과 같은 상표와 모델의 볼(타이틀리스트 프로V1/x)을 쓰는 선수가 없었다. 이때 골프 지망생 딸과 함께 경기를 관전하던 박동수(42)씨가 딸이 퍼팅 연습을 하기 위해 가지고 온 볼을 건네줬다. 박씨는 “닳고 닳은 볼 5개가 가방 속에 있었는데 딱 하나가 같은 볼이었다”고 말했다.
경기위원의 허락을 받은 김하늘은 이 볼로 남은 홀을 모두 마칠 수 있었다. 실격은 가까스로 면했지만 7오버파 79타로 공동 89위까지 밀려나 대회 2연패에 먹구름이 드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