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현금보유액 30조

지난해 상장법인들의 현금 및 단기금융상품 보유금액이 30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유동비율이 지난 IMF 사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기업들의 재무구조 안정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증권거래소가 12월 결산 상장법인 중 관리종목, 감사의견 부적정, 금융업종, 신규상장법인 등을 제외한 452개 법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장법인들의 지난해 현금 및 단기금융상품 보유금액이 전년보다 27.5% 늘어난 30조1,21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금 및 현금등가물은 14조6,536억원으로 전년보다 26.11% 증가했고 1년 미만의 단기금융상품은 15조4,674억원으로 28.99%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유동비율도 IMF 이후 최고치인 96.04%를 기록해 단기지급 능력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비율은 기업들이 1년 이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을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로 나눈 비율이다. 증권거래소는 상장법인들의 유동비율이 개선된 것은 기업들이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부채를 줄여나가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힘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재무구조 개선은 정보기술(IT) 경기 악화 등으로 설비투자가 크게 위축된 데 따른 반작용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들이 IMF 이후 투자를 대폭 줄이는 대신 부채를 줄여나가면서 재무안정성이 크게 좋아졌다”며 “하지만 투자 없이 유동성만 키우면 결국 미래의 성장성 저하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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