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연중 바닥 찍었나

환율 920원대 찍고 강한 반등
국제수지 `흔들'… 연저점 확인 가능성 주목

올들어 끝 모를 하락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급반등하자 연중 바닥 확인설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제외환시장이 여전히 불안정해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 환율 920원대 찍고 강한 반등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올들어 단 4거래일만에 1천원선 아래로 떨어진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며 이달 8일 8년7개월만에 920원대로 밀렸다. 그러나 외국인 주식매도세와 역외세력의 달러 매수 등으로 급반등세로 전환했고지난 18일 한달만에 최고수준인 947.00원으로 상승했다. 이튿날 장중 940원선을 위협받는 등 하락세를 보이기는 했으나, 장막판 946.30원으로 급상승하며 강력한 하방경직성을 확인했다. 엔.달러 환율이 110엔대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 등이 역외매수를 유도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원화 가치는 원.엔 환율이 지난달 11일 100엔당 805원을 바닥으로 한 채 오름세를 보이자 지난 2004년초부터 2년간 이어진 `나홀로 강세' 기조를 멈췄고, 최근에는독자적인 약세 기미마저 보이고 있다. ◇ 국제수지 `흔들'… 연저점 확인 가능성 주목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원.달러 환율이 2주만에 20원 가량 급등하자 지난해처럼 5월초 수준이 연중 바닥이 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연초 1천50원대에서 하락세를 보이며 세자리 안착을 타진하던 환율이 5월 중순 1천원 부근 박스권을 탈피하며 상승세로 돌아선 것처럼 올해 역시 연초 수준까지 상승을 타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올해 경상수지가 2월이후 석달째 적자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며 8년간의 흑자 기조가 흔들리는 데다 자본수지 유입초 기조에도 변화 기미가 엿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25일이후 지난 19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4조원 가량의 주식을순매도해 약 42억달러가 유출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2004년이후 시장개입에 소극적이던 외환당국이 외환자유화를 통한자본유출 정책과 함께 여당의 지원을 받아 실탄 확보에 나선 점도 바닥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윤석 연구위원은 "환율 반등이 5월말에서 6월쯤 가능할 것"이라며 "800원대 진입은 1년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은행 홍승모 과장도 "환율이 연중 저점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엔환율이 100엔당 870~890원 정도까지 오르며 원.달러 상승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씨티그룹과 JP모건 등 해외 투자은행들도 대부분 올해 환율이 이달 저점인 920원 아래로 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오석태 경제분석팀장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 약화와 달러 약세의 일부 조정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920원 부근에서 바닥을 형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바닥론 시기상조 지적도..달러약세 요인 `산적' 물론 `바닥은 아직 멀었다'는 인식도 만만치 않다. 환율이 연초 급락세에 따른 단기 조정을 받고 있으나, 800원대 진입 가능성은항상 열어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0월 1천50원대로 상승했던 환율이 연말 1천10원대로 떨어진 뒤 올해까지 하락세를 이어온 것처럼 한순간 급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12년만에 8위안 아래로 떨어진 위안화 환율이 7위안대에 안착한 채 하락세를 지속할 경우 원화의 강세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최근 위안화 절상폭이 3% 이내일 경우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원.엔 환율이 고점인 100엔당 850원에 도달한 만큼 엔.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재개하면 원.달러도 같은 폭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 종결과 일본의 제로금리 정책 포기 가능성 등이 변수로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엔.달러가 110엔선에서 바닥을 확인할 경우 원.달러도 920선에서 단기 바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아직은 연내 800원대하락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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