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등 사기범죄로 엄중 처벌을"

■ 증권·금융범죄 양형기준안 공청회
이득·회피손실액은 시장 파급효과 고려 안돼 양형기준에 타당치 않아
작게 훔친 사람은 징역형 큰 사기꾼 벌금 그치기도


"이득액이나 회피손실액을 양형기준으로 삼는 게 과연 타당한지 의문입니다."(고창현 변호사)

"자본시장 공정성을 침해하는 범죄는 조직적 사기범죄에 준해 처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응섭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12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증권ㆍ금융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안 공청회에서는 올초 양형위가 내놓은 양형기준이 시장에 대한 파급효과를 적절히 고려하지 못했다며 상향 조정해야 힌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공청회에서 지정 토론자로 나선 고창현 변호사는 "최근에 대기업 직원 등이 북한 경수로 폭발로 누출된 방사성 물질이 서울로 유입 중이라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주가를 조작해 2,700만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사건이 있었다"며 "주가조작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범행수법이 불량하지만 결과적으로 얻은 이득액이 1억원 미만이기 때문에 양형기준상으로는 상한이 (가중처벌돼도) 2년6개월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주가조작 범죄는 그 이익이 행위자의 위반행위 결과에 따라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종목, 거래 당시의 시장상황, 다른 거래자의 행위 등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이득액을 기준으로 양형기준을 정하는 것은 시장의 변동성을 무시하는 양형"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자본시장 공정성 침해범죄의 경우 사기범죄보다 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진응섭 국장은 "시세조종 행위 등은 다수가 공모해 대량의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등 점차 조직화ㆍ대형화되고 있다"며 "사기범죄는 특정인을 상대로 하지만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는 증권시장에 참여하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해 피해범위가 광범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공정거래 처벌은 개인의 재산권 보호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 보호를 통한 증권시장의 공정성ㆍ투명성 확보라는 사회적 법익까지 보호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며 "엄중 처벌을 통해 사전에 관련 범죄를 방지할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방청객들은 양형기준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개인투자자라고 밝힌 이모씨는 "작게 훔친 사람은 징역형 선고하고 진짜 큰 사기꾼은 벌금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조금 더 높고 엄한 처벌을 해서 사법부를 신뢰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양형위는 이날 공청회에서 개진된 의견과 향후 관계기관 의견을 수렴해 오는 5월7일 열릴 전체회의에서 양형기준을 최종 의결할 계획이다.

양형위는 지난 1월30일 전체회의를 열고 금융ㆍ증권범죄 관련 양형기준을 의결한 바 있다. 기준안에 따르면 주가조작 내부자거래 등 범죄의 기본형은 이익 액수에 따라 ▦1억원 미만은 6월~1년6월 ▦1억~5억원 징역 1~4년 ▦5억~50억원 3~6년 ▦50억~300억원 5~8년 ▦300억원 이상 6~10년으로 일반사기죄 형량과 같아진다. 범죄 수익이 300억원 이상이며 죄질이 불량한 경우 형량이 가중돼 8~13년 징역을 살게 된다. 또 5억원 이상의 범죄수익을 올린 주가조작 등은 범행 수법 등을 감안해 원칙적으로 실형을 권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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