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아이돌, 글로벌 성공학] <하> 한국 아이돌 앞으로 가야 할 길은…

'한류 모방' 대비 콘텐츠 차별화 주력해야
量보다 質로 승부하고 다양한 분야 투자 병행을
지속적 생명력 위해 수익구조 다변화 등도 절실

해외 시장에서 한국 아이돌의 활약이 눈부시다. 태국에서 오토바이 광고 모델로 활동중인 슈퍼주니어


아이돌 가수들이 몰고온 신한류는 기존 드라마 한류와 양상이 다르다. 드라마 한류의 주소비층이 40대 이상 중장년층 여성이었다면 아이돌 신한류는 문화 콘텐츠의 핵심 소비계층인 10~20대로 저변이 확대됐다. 대상 국가도 중화권과 동남아시아 위주에서 미주와 중동, 유럽 등지로 넓어지고 있다. 이제 막 시작된 신한류 붐은 앞으로 대내외 여건도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튜브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스마트폰 등 뉴미디어의 발달은 양질의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실어나르면서 아이돌 가수의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김영민 대표는 "유튜브 등 전세계 공통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소녀시대는 비틀스 등의 팝스타처럼 일본 진출 전부터 수많은 현지 팬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아시아의 급부상도 호재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정욱 대표는 "15년 전 라틴 붐에 힘입어 리키 마틴이나 제니퍼 로페즈가 활약했다면 최근엔 미국의 문화 소비자층 사이에서 아시아에 대한 니즈가 커지는 동시에 아시아 시장으로의 진입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세계 팝 시장을 주름 잡는 미국의 대형 매니지먼트사들이 아시아, 특히 한국의 아이돌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 브랜드 인지도에도 한몫=일본을 비롯한 해외 소비자들은 한국 걸그룹의 춤과 화장법, 패션스타일까지 따라하면서 단순한 문화 현상을 넘어 사회 경제 현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달 22~24일 코트라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태국 방콕에서 개최한 '제1회 한류스타 라이센싱 상품박람회'에는 태국 신세대들이 대거 몰려 이 같은 현상을 입증했다. 이들은 소녀시대, 씨엔블루, 샤이니 등의 스타 사진이 들어간 화장품, 액세서리, 티셔츠, 자전거 등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들이 한국에 호감을 가지면서 한글을 배우고 한국 기업과 상품을 구매하게 되면 문화 수출이 국가 이미지 제고는 물론 사회ㆍ경제적인 가치까지 창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가 해외에 내보내는 국가 브랜드 홍보물도 과거 이병헌이나 이영애 등 한류 드라마 스타에서 최근에는 빅뱅, 유노윤호, 소녀시대 등 아이돌 스타들을 활용, 달라진 해외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고 있다. 제일기획 글로벌광고5팀 이정현 프로는 "최근 아이돌 스타들이 구매력 있는 중년층은 물론 해외 팬들도 확보하면서 아이돌 광고가 연령과 국적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풀이했다. 대중 선호도에 민감한 국내외 광고 시장에도 아이돌의 파급력이 미치고 있다. 소녀시대가 찍은 광고수는 가전 7건, 여성용품 5건, 정유업체 1건, 금융 1건 등 32편에 이른다. 일본 데뷔에 성공한 소녀시대는 벌써부터 일본 기업들로부터 CF 러브콜을 받고 있다. 슈퍼 주니어도 총 21건의 광고를 찍었는데 특히 중국, 태국 등 해외에서 찍은 광고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수익 구조 다변화해야=아이돌 신한류가 반짝 현상이 아니라 지속적인 생명력을 유지하려면 수익 구조의 다변화와 시스템을 갖춘 산업으로의 도약이 절실하다. 최근들어 연예 기획사들이 사업 구조 다변화로 눈을 돌리면서 안정적인 캐시 카우를 보장해줄수 있는 외식 사업이 각광받고 있다. 싸이더스HQ는 특히 자사의 콘텐츠인 연예인들을 활용할 수 있는 커피전문점에 주목, 프랜차이즈 개념으로 운영하는 '까페베네'의 300호점 개장이 예정돼 있다. 싸이더스HQ는 치킨 사업에도 진출하기로 했다. 배용준의 외식 브랜드 '고시레'도 사업 다각화의 성공사례다. 일본 전역의 편의점과 슈퍼마켓에 한식도시락부터 김치, 얼린 홍시, 유자차, 김 등 일본인이 좋아하는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이밖에도 아이돌을 활용한 게임이나 뮤지컬 공연 사업에도 속속 진출하고 있다. ◇모방 상품 대비한 콘텐츠 차별화 주력해야=해외 소비자들의 한국 걸그룹 따라하기 열풍은 소셜 미디어 확산에힘입은 것이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태국이나 대만 등지에서 한국의 아이돌 그룹과 비슷한 모방 콘텐츠를 생산하거나 한국인 스텝이나 멤버를 영입해 수준을 높이고 있어 현재의 우위를 지속시킬 수 있는 차별화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 삼성경제연구소 정태수 연구원은 "과거 홍콩 누아르 영화의 몰락에는 성공 경험에 매몰돼 폭넓은 콘텐츠에 대한 질적 투자 없이 양으로만 승부했던 점이 가장 큰 패배 요인"이라며 "현재와 같이 아이돌 그룹에 자본이 집중되는 모습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아이돌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도 관심과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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