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펀드 출발부터 삐걱

기관들 수익률 확보 난색에 규모 대폭 줄어
기업선 리스크 우려로 참여 결정 아직 못해
이달말 2조원으로 출범… 조만간 보완책 발표


정부가 기업투자 촉진을 위해 내놓은 ‘설비투자펀드’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투자를 부추기고 있지만 투자주체인 기업은 물론 자금을 대줄 기관투자가들도 쉽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11일 기획재정부와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 2조원 규모의 설비투자펀드를 조성, 신규투자에 나서는 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설비투자펀드는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에만 출자할 수 있도록 하는 세부 후속대책도 조만간 발표한다. 당초 정부ㆍ산은ㆍ기업은행ㆍ국민연금 등이 5조원 규모의 설비투자펀드를 조성해 출범할 방침이었지만 연기금 및 기관투자가들과의 협의과정에서 마찰이 발생, 규모가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산은ㆍ기은의 자금집행이 결정되면 조만간 설비투자펀드 후속대책을 발표할 것”이라며 “일부 기관투자가와의 최종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초기 펀드 규모는 당초 계획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의 한 관계자도 “산은과 기은이 중심이 돼 2조원 정도로 일단 출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비투자펀드는 기업의 설비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종전 대출 위주의 자금공급에서 기업과 공공 부문이 공동으로 투자에 참여하는 형식이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정부(1,200억원), 산은(1조3,300억원), 기은(5,500억원),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3조원) 등 5조원 규모로 출범했어야 하지만 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수익률에 난색을 표하며 참여를 꺼려 규모가 대폭 줄었다. 산은 관계자는 “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의 경우 일정 수준의 수익률이 보장되지 않으면 펀드 참여가 힘들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설비투자펀드의 키를 쥔 기업들의 참여가 문제다. 글로벌 경기회복을 확신할 수 없는데다 설비투자펀드가 지분출자 형태로 들어오는 만큼 투자 리스크와 경영권 리스크를 모두 떠안아야 해 쉽게 참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 대기업 재무담당 임원은 “사내 유보금 등으로 펀드에 참여하라고 하지만 현상황에서 쉽게 설비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재정부는 설비투자펀드의 주체인 기업과 기관투자가들이 주춤하자 이번 후속대책에 각종 보완책을 넣을 계획이다. 재정부는 기관투자가에 일정 수준의 수익률이 보장되는 펀드 구조를 만들고 기업에는 펀드 출자가 의결권 없는 우선주에만 국한되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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