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가 중국 본토를 넘어 세계 곳곳에 흘러 넘칠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지난해에는 맥도날드와 같은 다국적 기업이 위안화 표시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 조달에 나섰고 중국 상업은행은 인도네시아 기업들과 위안화로 무역 거래를 개시했다. 또 런던이나 뉴욕 등에 소재한 은행은 중국인 계좌에 돈을 부칠 때 바로 위안화로 송금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주에도 위안화 국제화 행보에 날개를 달아주는 중대한 발표가 나왔다. 헤지펀드업체인 파로(Pharo) 매니지먼트가 투자자에게 위안화 표시 주식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얼마 전에는 중국 원저우시가 시민들의 역외 투자 규모를 늘리는 시범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중국 당국이 중국 기업들에 위안화 국제 거래를 허용한 지 1년 반 만에 위안화는 무서운 속도로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마냥 기뻐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위안화 국제화 흐름에 맞춰 서방 세계가 자본 유출과 더불어 자본유입 규제의 끈마저 풀 것을 요구할 경우 위안화가 지난해 3.5% 절상된 것 이상으로 절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중국으로부터 돈을 빼내기보다는 더 투입하려고 한다. 중국 당국은 이 점을 우려해 자본 자유화 조치를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다. 좀 더 유연한 통화 체제를 갖출 것을 요구하는 서방의 압력에 맞서 중국 당국은 기준 금리를 올리거나 자금 흐름을 적절히 통제하는 방안을 병행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중국과 같은 경제 대국이 현재의 통화체제를 영원히 고수하기란 불가능하다. 중국과 다른 나라들 간의 무역 규모가 늘어날수록 위안화 거래 규모도 늘어날 것이다. 위안화 무역 거래 규모는 날로 증가해 지난해 하반기에만 500억달러에 달했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위안화로 무역 거래가 이뤄진 경우는 없었다.
중국 당국도 위안화 절상을 두려워하지만 위안화 국제화의 끈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위안화 국제화는 중국 자본시장의 근본적 변화가 수반돼야만 비로소 이뤄질 수 있다. 다소 위험이 따르겠지만 중국 당국은 정부 주도의 경제 정책을 점진적으로 폐기하고 중국 경제의 근본 체질을 개혁해야만 이러한 목표가 달성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