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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해당 국가에 독(毒)으로 작용한다. 전쟁을 치르는 사이 산업시설이 파괴되는 등 국가 경제기반 자체가 크게 흔들린다. 주변 국가는 다르다. 이들 국가에는 타국의 위기가 군수물자 수출 등 경제부흥의 기회로 작용하면서 독이 아닌 약(藥)이 될 수 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대표적 사례다. 2차 세계대전 패망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었던 일본은 한국전쟁을 기회로 국가 경제 재건에 성공했다. 특히 일본 증시의 경우 한국전쟁 발발이 1년간 지속되던 암흑기 탈출의 계기로 작용하며 3년간 호황기를 구가했다. 1949년 5월16일 176엔으로 시작한 닛케이225지수는 단 1년 새 50% 폭락했다. 하지만 한국전쟁이 시작한 1950년 6월25일 이후 1953년 휴전 협정이 맺어지기 전까지 3년간 무려 466% 폭등했다. 1년간 내리막길을 걷던 일본 증시는 유엔군의 의정부 점령설과 미그기 격추, 경성 시가전(사진) 등 소식에 크게 들썩였다. 당시 급등세를 주도하던 것은 이른바 전쟁 테마주. 한국전쟁 발발 당시 '동증시장 조선내전발발 구군수주 일제고, 평화주하락(증시 조선전쟁 발발로 구군수주는 일제히 오르고 평화주는 하락했다)'이라고 기록한 도쿄거래소 증시 일지 내용이 이를 증명한다.
한국전쟁이 독이 아닌 약이 되기는 미국 증시도 마찬가지다. 2차 세계대전 승리로 회복세를 보이다 1946년 조정 국면에 들어갔던 뉴욕 증시는 한국 전쟁 발발하자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쟁 등 역사상 사건이나 글로벌 경제적 상황은 국내외 증시에 화(禍)도 길(吉)도 될 수 있다. 글로벌 상황이 항시 국내는 물론 해외 증시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국내는 기본으로 해외 사건이나 경제 상황을 꼼꼼히 체크하고 투자에 나서야 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과 중국 땅에서 날아온 원투 펀치에 최근 국내 증시가 흔들리면서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넓은 안목. 지금까지 증시 역사는 말한다. "수익을 얻으려는 자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우물 안 개구리에게 주어지는 것은 칠흑 같은 암흑(손실)뿐, 절대 따사로운 한 낮의 햇살(수익)은 드리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