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긴장으로 국제유가가 폭등하면서 또 다른 에너지 위기가 닥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란의 핵 개발 방침에 대해 미국의 입장은 강경하고 이란도 그 못지않게 뻣뻣하다. 이란은 평화적인 원자력 이용이라고 주장하지만 미국은 이란의 속셈을 핵무기 개발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공방이 가열되면서 국제사회의 ‘에너지 위기’ 공포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여기서 아주 중대한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이란 핵이 또 다른 핵 개발을 부추기는 아이러니다. 실제로 이란 핵 문제로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뛰면서 미국이나 유럽에서 원자력발전소 건설 붐이 일고 있다. 소비원유의 73%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은 동남부에 14개의 원전 신설을 추진하고 있고 원전폐기 정책을 고수하던 유럽연합(EU)에서도 최근 원전건설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어찌 됐든 이란의 핵 개발 선언은 대체에너지로서 핵의 가치를 새롭게 평가하는 계기가 됐고 각국이 앞 다퉈 원전개발에 나서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란 핵’은 어떤 관점으로 봐야 할까. 이란의 진짜 속셈이 핵무기 개발일 것이라는 미국의 지적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봐도 분명 타당하다. 따라서 이란이 핵 개발 계획을 투명하게 국제사회에 공개해 미국의 의혹을 해소해주면 모든 분쟁은 말끔히 해결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핵 계획의 공개는 필연적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사실상 지배하는 미국의 통제로 귀결되고 이는 한 국가의 핵 주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의 원전기술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이나 캐나다 등의 특허를 도입, 실용화에만 몰두한 나머지 기술의 종속관계를 벗어나지 못해 중국 등 제3세계 원전시장 진출을 위한 국제경쟁에서는 별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핵은 ‘평화적 에너지’와 ‘치명적 무기’라는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주권’이라는 문제가 가로놓여 있다. 우리가 이란뿐만 아니라 북한 및 국내의 핵 이용에 대해 관심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