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도 핀테크시대

주택건설 자금 인터넷으로 30분 만에 10억 펀딩 성공
부동산 담보 크라우드펀딩… 건축자금 등으로 규모 확대


강원도 태백에서 24가구 규모의 빌라를 짓던 건축주 김민형(가명)씨는 자금난으로 공사 중단 위기를 맞았다. 금융권에서 이미 10억원을 대출한 상태라 추가 대출도 쉽지 않았다. 그런 김씨가 찾은 곳은 '부동산 담보부 크라우드펀딩(부동산P2P대출)' 업체. 심사를 통과한 그는 펀딩 시작 30분 만에 30여명의 투자자들로부터 10억원의 자금을 대출금리 연 18%로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부동산 시장에도 '핀테크'가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에 첫선을 보인 '부동산 담보부 크라우드펀딩'이 소액은 물론 10억원대 공사자금 등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부동산펀드와 경쟁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담보부 크라우드펀딩'은 부동산을 담보로 한다. 대출 신청자는 부동산을 매개로 대부업체 등보다 낮은 이율로 자금을 조달하고 개인투자자는 시중금리보다 높은 이율로 이자를 지급 받는 모델이다.

부동산 크라우드펀딩은 '테라펀딩'이 지난해 말 국내에서 첫선을 보였다. 테라펀딩에 따르면 강원도 10억원 대출 건 외에도 회사 설립 2~3개월 만에 현재까지 16억9,000만원의 대출을 성사시켰다. 테라펀딩에 따르면 자산은 많은데 소득이 적거나, 신용등급이 낮아 제2금융권·대부업체에서 고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신청자들이 몰리고 있다. 대출 신청이 들어오면 권리분석·감정평가·개발사업 전문가 분석 등을 거쳐 펀딩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대출금리는 물건의 안정성에 따라 연 10~20%대로 2금융권·대부업체보다 저렴하다.

주목할 점은 초기에는 주로 법원경매 낙찰 잔금 펀딩이 주를 이뤘으나 현재는 건축자금 등으로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는 "지금은 플랫폼 신뢰도 확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보고 있다"며 "이 때문에 50건의 신청이 들어오면 그중 통과하는 것은 2~3개 정도"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부동산 크라우드펀딩 시장 규모가 점차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이미 개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크라우드펀딩 방식의 부동산 투자가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주최한 '한미 부동산 투자 세미나'에서 제이슨 김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지난 2013년에만 부동산 크라우드펀드가 유치한 투자금이 1억달러(1,00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크라우드펀딩이 같은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인 리츠(부동산개발회사) 및 부동산펀드와 경쟁구도까지도 형성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리츠협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리츠 총자산 규모는 15조원(추정치), 부동산펀드는 30조원에 달한다. 물론 현재 크라우드 펀딩이 극복해야 할 한계도 있다. 투자의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 숙제다. 또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 투자로 참여해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지분형 크라우드 펀딩은 아직 제도가 갖춰지지 않은 탓에 국내에선 불가능하다.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대표는 "플랫폼 업체는 제1금융권이나 자산운용사 등과의 협업으로 신뢰도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국가 차원에서 여러 가지 제도가 정비된다면 이러한 부동산 간접 투자 수요는 충분하기 때문에 투자자 유입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P2P(Peer to Peer)대출=핀테크(fintech)의 한 분야. 금융 중개기관을 거치지 않고 개인과 개인이 온라인을 통해 돈을 빌려주고 대출 받는 구조로 P2P대출 업체는 이러한 개인들이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