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속 고층 아파트와 헬기의 충돌사고를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처음에는 조종사의 과실, 그 후에는 서울 상공의 항공관제시스템 문제가 거론되는가 싶더니 이제는 도심 속 초고층 빌딩이 너무 많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초고층 빌딩의 층수를 낮추고 초고층 빌딩 건설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서울시내 초고층에 사는 거주자 통계까지 제시하며 불안감을 조성하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하지만 사고의 책임을 초고층 빌딩 자체가 위험하다는 식으로 몰고 가는 것은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조종사 과실이든 기체 결함이든 헬기가 정상적인 항로를 이탈한 것이기 때문이다.
집안 가구 안전사고 중 침대에서 발생한 사고가 가장 많다고 침대를 없애자고 하지도 않고 위험물로 여기지도 않는다. 사용자의 보다 세밀한 주의가 필요할 뿐이다. 물론 침대 모서리가 날카롭다면 부드러운 천으로 덧댈 수 있고 높이가 높다면 방 바닥에 푹신한 매트리스를 깔아놓을 수도 있다.
초고층 빌딩 역시 침대와 같을 뿐이다. 빌딩이 날아가는 헬기를 가로막고 위협을 한 적도 없으며 갑자기 빌딩 높이가 치솟을 리도 없다. 안개가 끼어있을 때 경광등이 안 보인다면 잘 보이도록 하면 되고 초고층 밀집지역이 우려된다면 항로를 우회하도록 하면 된다.
그럼에도 우려가 된다면 도심 속에 있는 잠실 헬기장의 위치 문제를 거론해야 한다. 잠실 헬기장 주변에는 2만여가구가 몰려 사는 잠실 아파트 단지가 있고 수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잠실 주경기장과 야구장 등 체육시설도 있다. 언제든지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헬기장 바로 옆에는 하루 수천명의 서울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하는 공원도 있다.
잠실 롯데월드타워도 마찬가지다. 서울공항의 위치는 잠실 롯데월드타워 인허가 이전에도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다. 엉뚱하게 초고층 빌딩을 탓할게 아니라 차라리 인구 1,000만명이 몰려 있는 대도시 바로 옆에 위험천만한 군 공항을 계속 둬야 하는지 여부를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