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국유화는 미국 금융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가장 단순하고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앞으로 10여 개 은행이 국유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민간 경제분석기관인 HIS 글로벌 인사이트의 나리만 베라베시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수석 부회장은 서울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유화는 금융위기의 본질인 부실자산을 가장 신속히 정리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며 국유화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베라베시 이코노미스트는 동유럽 디폴트 위기와 관련, "동유럽의 금융 위기가 아시아 이머징마켓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한국의 과도한 부채는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뉴욕 증시의 랠리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용 위기와 경기 침체는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신뢰할 만한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전까지 이런 랠리가 계속될 지는 의문"이라고 경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 은행 국유화 논란이 거세다. 국유화는 바람직한 선택인가. ▲현재로선 다른 대안이 없다. 스웨덴은 지난 90년대 국유화를 통해 신속히 부실자산을 정리했다. 금융위기의 본질은 부실 자산에서 비롯되고 있지만, 현재는 부실자산의 가격 산정조차 어렵다. 부실 자산을 보유한 은행들은 비싸게 팔려고 하고 투자자들은 싸게 살려고 하기 때문에 정리가 안되고 있다. 국유화는 부실자산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국유화 가능성에 은행주가 폭락하고 금융 시장이 흔들리지 않았는가? ▲그 동안 은행들이 부실 자산을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금융 시스템이 안정을 찾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 않는가. 국유화는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올들어 2월까지 이익을 내고 정부로부터 추가 구제금융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데, 믿을 수 있는가. ▲은행 부문의 상황이 조금 개선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두 은행의 발표가 사실이라고 기대는 하고 있지만 아직은 완전하게 확신하지는 못한다. -미 재무부는 은행 국유화 가능성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씨티그룹 외 추가로 국유화될 것이라는 관측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정 은행 이름을 밝히지는 못해도 10~20개 정도는 국유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중 소형 은행보다는 대형 은행이 국유화될 가능성이 더 높다. 중소 은행들은 대형 은행 만큼이나 서브프라임 관련 부실자산에 노출되지 않았다. -금융 위기가 얼마나 오래갈 것으로 보는가. ▲올 연말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 부동산 버블 붕괴로 초래된 부실 자산은 광범위 하게 퍼져있다. 경기침체로 신용카드 등 소비자관련 부실 대출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최근 폴 볼커 경제회복자문위위회(ERAB) 의장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분리를 촉구했는데, 조만간 윤곽이 드러날 금융시장 개혁 방안에 포함될 것으로 보는가. ▲투자ㆍ상업 은행간의 분리 문제는 이번 금융 위기의 핵심이 아니며, 미 금융시스템의 문제점에서 조금 비켜난 사안이다. 90년대 말 이전처럼 분리한다고 해서 금융위기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정부가 여기에다 초점을 둘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우선 순위에서 밀려 채택될 가능성은 낮다. -동유럽 일부 국가는 국가부도 위기에 처했다. 동유럽의 위기가 아시아 등 다른 이머징마켓에 '도미노 효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는가. ▲동유럽에 돈을 빌려준 서유럽은 충격을 받겠지만, 유럽 외 이머징마켓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이라고 본다. 아시아 국가들의 위험 자산에 그다지 노출돼 있지 않다. 아시아 보다는 오히려 서유럽이 더 문제다. 예를 들어 스웨덴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는 은행의 부채가 너무 많다. 이들 국가는 아시아 국가보다 더 위험하다. 다만 한국의 경우 부채가 많다는 점은 걱정스럽다. 한국은 말레이시아와 타이페이 등 다른 아시아국가 보다 약간 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에 빠지면서 보호무역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보호무역주의가 글로벌 리세션(recession)을 글로벌 불황(depression)으로 몰고 갈 수 있지 않나. ▲세계 경제는 2차 대전이후 가장 심각한 침체에 빠져들었다. 선진국이든 개도국이든 보호무역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거세다. 그러나 각국 정부는 보호무역이 초래하는 부정적 영향을 잘 알고 있어 과거 1930년 대공황 시절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 것으로 본다. -최근 미국 소매판매가 나아지고 있는데, 미 경제가 조기에 회복될 가능성은 있는가. ▲2월 재고가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으로 준 것은 좋은 징조다. 그러나 소비가 좋아지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실업률과 부동산 등 자산 가치 하락이 소비의 여력을 줄이고 있다. 1ㆍ4분기 성장률이 지난해 4ㆍ4분기도 보다 더 나쁠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이 일본형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다고 보는가. ▲경기 침체는 올 여름을 지나 이른 가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본다. 연말쯤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간신히 플러스를 회복하는 수순에 머물 것이다. 경기침체가 불황으로 악화할 확률은 10~15%로 예상한다. 그러나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미국에서 반복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세계 주요국가 중 어느 나라가 가장 먼저 회복 될 것으로 보나. ▲선진국에서는 유럽보다는 미국쪽이라고 본다. 미국은 정책 대응이 매우 공격적이다. 반면 유럽은 과거 일본식 정책 대응과 흡사하다. 경기 대응에 미온적인 유럽은 일본식 불황에 빠질 수도 있다. 중국은 선진ㆍ개도국 통틀어 가장 빨리 회복될 나라로 꼽힌다. -뉴욕 증시가 4일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시 바닥이 가까워지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그 동안 과매도 상태였던 것은 분명하지만, 이번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지는 의문스럽다. 증시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신뢰할 만한 금융기관 구제대책이 효과를 거둘 것이 확인돼야 지속 가능한 랠리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 He is… 이란계 미국인으로 MIT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경제학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의회 예산국과 펜실베이니아 연방준비은행 이코노미스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수석 국제 이코노미스트, 영국의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다. 환율과 국제 유가 등 국제문제에 정통한 그는 2004년 USA투데이로부터 미국에서 가장 경제전망이 정확한 이코노미스트로 선정된 바 있다.